고려아연 반격,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한다…자사주도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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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 각사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 각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에서 유리하기 위해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하자, 이에 맞서 더 비싼 매수가로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통해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등 최씨 일가는 국내 한 사모펀드와 함께 2일부터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항 공개매수 규모는 보통주 383만7500주(24.36%)다. 현재 영풍정밀 지분은 최씨 일가가 33.07%를 보유하고 있고,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는 21.75%를 갖고 있다.

최씨 일가는 대항 공개매수가로 3만원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MBK·영풍은 주당 2만원을 제시했다가, 지난달 26일 2만5000원으로 올렸다. 최씨 일가가 공개매수가를 20% 더 높이면서 MBK·영풍이 2일 또는 4일에 공개매수가를 더 높일 가능성도 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9.27/뉴스1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9.27/뉴스1

양측이 영풍정밀을 놓고 공개매수 경쟁에 나선 것은 이 회사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를 보면 최 회장 측과 우호세력 지분(33.9%)이 영풍 측 지분(33.1%)과 거의 비슷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정밀 경영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중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사주를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가(75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기간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법원 판단은 2일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최 회장 측은 바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위해 사모펀드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해왔다고 한다.

만약 법원이 MBK·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감일(4일) 이후 자사주를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계획을 법원 판단 직후에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투자자가 MBK·영풍 공개매수에 청약하지 않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재판 과정에서 자사주 전량 소각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자사주를 취득하게 되면 매입 전량을 소각하겠는 것이다. 특정 기업과의 주식 교환을 통한 우호 지분 확보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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