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이 11월로 확정되자 집권 능력을 선보이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1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석 최고위원은 조만간 ‘집권플랜본부’(가칭)을 띄운다. 정책을 개발하고, 인재풀을 구성해 사실상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구성하는 게 골자다. 친명계 인사는 통화에서 “2017년 당시 탄핵 바람을 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집권 초기 혼란을 겪지 않았나”며 “정권의 밑그림을 미리 그려놓고 당선 직후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해 빈틈없는 민주당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도 곧 출범한다. 민주당의 신산업 정책 및 인재 교육,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 등을 담당하는 기구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새로 출범을 앞둔 당내 기구 ‘제보자센터(가칭)’ 센터장을 맡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았던 전 최고위원이 경험을 살려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법률지원 등을 돕는 센터를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1기 지도부에서 장경태 의원이 맡았던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을 맡아 검찰수사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외교·안보 담당으로, 최근 당내 기구로 발족한 ‘윤석열 정부 독도 지우기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저마다 역할을 나눠 5개 기구를 총괄하는 모습이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이재명 2기는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 외에도, 유능함을 국민에게 선보여야 한다”며 “역할분담은 두 가지를 모두 챙기기 위한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 중진 의원들은 대선 조직 구축에 일찌감치 나섰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인재위원장에 정성호 의원을, 총괄특보단장에 안규백 의원을 임명했다. 정 의원은 “각계각층을 만나면서 민주당의 저변을 두루 넓히고 있다”고 했고, 안 의원은 “전국 조직망을 구축해 대선을 미리 준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또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중심으로 미국 대선 대응전략팀도 당에 꾸려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도부 전체가 하나의 대선 팀처럼 움직인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중진 의원단에 “현역 의원을 많이 동참시켜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2022년 20대 대선에서 친문 의원단에 확실한 도움을 얻지 못한 이 대표가 현역 의원 조직에 관심을 둔 것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은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책과 노선을 정리해서 집권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며 “이미 국민은 대안으로 누가 준비돼 있는지를 지켜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1월로 잡힌 이 대표의 1심 판결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는 11월 15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는 같은 달 25일 예정돼 있다. 1심 판결이 나와도 확정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사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의 부당한 탄압’이라는 우리 당 주장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만큼 집권 준비가 잘 돼 있고 유능하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