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분기까지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이 1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과 세출 사이 시차에 따라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일시 차입 제도를 활용하면서다. 올해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해 연간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3분기 한은으로부터 152조6000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142조1000억원을 상환해, 갚지 않은 잔액은 1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불리는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상환 기간이 비교적 짧고 수시로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올해 1~3분기 대출 규모만 보면 지난해 연간 규모(117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통계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연단위로는 가장 큰 규모다. 차입 횟수도 현재까지 75회로 집계돼 지난해 수치(64회)를 뛰어넘었다.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았다는 의미다. 이자액 규모도 덩달아 불어났다. 올해 누적된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93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이자액(1506억원)을 훌쩍 넘었다.
올해에는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기에도 빠듯해 정부가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임 의원은 “지난달 12일까지의 정부의 일별 차입 내역을 보면 38%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 하루나 이틀 전에 차입이 이뤄졌다”며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인해 정부가 시급한 예산 지출에 한은 일시 차입금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을 단행하면서 일시 차입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복지‧일자리‧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65% 이상의 재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조기 집행을 단행한 것이 차입 규모가 늘어난 주요인이고, 공무원 인건비 지급에 쓰였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면서 “한은으로부터 빌리는 돈은 초단기 차입이기 때문에 장기간 쥐고 있는 돈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올 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으로부터의 일시 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정부는 평균차입일수와 차입누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의결한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국고 부족자금을 조달하는 한국은행 일시 차입 목적을 고려할 때 관련 자료를 공개해 재정운용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