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서두르지 않는다”…빅컷 일축에 국채값 하락, 변수는 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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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UPI=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UPI=연합뉴스]

미국이 또 한 번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줄었다. 지난달 ‘빅컷’으로 4년 6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항로를 변경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인하 속도를 당기진 않겠다고 발언을 하면서다.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대한 확신이 반영된 목소리다.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현재 Fed 위원회는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려고 서두르는 것 같지 않다”며 “경제가 전망(연착륙)대로 흘러간다면 (추가 연내 인하 폭은) 총 0.5%포인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베이비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FT도 이날 “파월 의장은 11월에 통상적인 ‘0.25% 인하로 회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단계적 금리 인하를 시사한 데는 미국의 경제 연착륙에 대한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NABE 연설에 앞서 배포한 서면 문건을 통해 “전반적으로 경제는 견고한 상태에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의향”이라고 밝혔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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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을 결정할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고용시장에 대해선 “실업률의 고통스러운 상승 없이 물가 안정을 향한 좋은 진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변수는 있다. 한때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냉각될 우려가 있어서다. 오는 4일(현지시간)엔 ‘9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에서 신규 고용은 14만6000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8월(14만2000건)보다 4000건 증가한 수치다. 9월 실업률도 전월과 동일한 4.2%로 추정한다. 시장 예상을 깨고 고용시장이 다시 얼어붙으면 침체 우려는 되살아날 수 있다. Fed가 9월 FOMC에서 과감히 빅컷을 택한 원인 중 하나가 선제적으로 고용시장 냉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파월의 발언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일 오전 11시 기준 Fed가 11월 빅컷에 나설 확률은 36.7%다. 일주일(53%)보다 16.3%포인트 뚝 떨어졌다. 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같은 기간 47%에서 63.3%로 뛰었다.

빅컷 기대가 후퇴하면서, 채권값은 하락(채권금리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달 30일 연 3.647%로 전날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이날 미국 주가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파월 발언 이후 다우지수는 장중 0.91% 하락했다가 장 종료 전 저가 매수세가 몰려 상승(0.04%) 마감했다. 나스닥과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도 마감 직전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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