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년연장 찬성여론 높자…한동훈,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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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유의동 여의도연구원 원장.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유의동 여의도연구원 원장.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년연장을 자신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이 여론조사를 돌린 결과, 당초 반대가 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찬성 여론이 과반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이 댕겨졌다.

30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유의동 여연원장은 지난 26일 한 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여론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 대표가 직접 추석 연휴 직후 유 원장에게 지시해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더욱 심각해질 노인 빈곤 등 복지제도 재정립에 대한 우선적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대비할 큰 정책 비전의 하나로 정년연장에 대한 여론 동향을 파악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응답 서비스(ARS)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는 ▶법적 정년 60세 현행 유지냐, 연장이냐, 폐지냐 ▶정년이 연장된다면 임금이 삭감돼도 찬성하냐, 반대하냐 ▶임금 삭감에 찬성한다면 수용 가능한 임금 삭감 비율은 5·10·15% 등 얼만큼이냐 등 다층적인 설문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정년연장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은 반대보다 찬성이 크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 관계자는 “청년실업이나 업무처리 효용성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제법 있다”면서도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정년연장과 관련한 여론 향배가 큰 틀에서 우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년연장은 여권의 뜨거운 화두였다. 5일 정부가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은 뒤 정년연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현행 60세 정년이 유지되면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지난달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및 계속 고용위원회’를 발족해 내년 초까지 국민연금 개편안과 맞물린 정년연장 논의 1차 결과물을 내놓기로 했다.

고령화와 맞물린 정년연장은 오래된 쟁점이지만 아직껏 구체적 대안이 없었던 것은 정치권이 이 이슈가 가진 휘발성으로 논의 자체를 기피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정년연장 카드를 꺼냈다가 바로 접기도 했다. 2020년 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고용연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라고 해 논란이 커졌고, 이틀 뒤 황덕순 당시 일자리수석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아직 논의 시작 단계”라며 물러섰다.

한 대표도 청년 민심을 의식해 정년연장 이슈를 쉽게 점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당내 인사가 적지 않았다. 이달 초 출범한 당 격차 해소특위(조경태 위원장)도 정년연장을 핵심 안건으로 제안하려 했지만, 역풍 우려로 지난 24일 회의에서 방향을 틀어 청년 실업 문제를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수도권-비수도권 청년 취업격차 대책 마련 대학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수도권-비수도권 청년 취업격차 대책 마련 대학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지만 이번 여연 여론조사 결과를 시작으로 당내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그간 보수정권에서 이런 이슈를 기피해왔던 것과 달리, 한동훈 지도부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린 노동·복지 문제에 대한 큰 틀의 구상을 설계해나가겠다”며 “앞으로도 한 대표는 찬반이 엇갈리는 민감한 정책 주제에 대해 여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방향성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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