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육개혁 차원에서 ‘전공 자율선택제’를 확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대학들은 2025학년도부터 일정 비율의 신입생들이 전공을 미리 정하지 않고 입학한 뒤 각자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정하고 학사제도 개편을 고민하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공 자율선택제는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를 충분히 탐색한 뒤 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적성과 전공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고,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물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양성하려는 목적이 있다. 동시에 전공 선택권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특정 전공에 대한 쏠림 현상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대학 시행 경험 참고할 만
학사제도와 지원체계 구축 중요
전공 선택에 교수·선배 관심 필요
해외에서는 미국의 MIT·스탠퍼드대·브라운대 등이 전공 자율선택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뒤 1학년 동안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교육과정을 탐색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공수업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들은 다각적인 지도 상담 지원체계를 마련해 학생들의 신중한 전공 선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동대는 지난 1996년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100% 무전공 입학, 무제한 전공 선택권 보장 제도를 운용해오고 있다. 신입생들은 1년간 교양기초교육을 이수하며 다양한 전공을 탐색한다. 2학년에 진학하면서 본인의 적성과 진로 계획에 맞춰 각자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후에도 문과와 이과 구분, 성적에 따른 제한 등 어떠한 제약도 없이 전공을 변경할 수 있다. 전공 선택권을 100% 보장받는 셈이다.
지난 29년간 한동대의 경험에 따르면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선호가 달라지면서 특정 전공의 학생 수 증감 추세가 발견된다. 그래도 전공별 학생 수 증감 추세가 심각한 수준의 전공 선택 집중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서 대학 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균형을 유지해 왔다. 대학본부는 주기적으로 학생 수 변동 추이를 파악하며 학부별 예산, 교수 수, 학습 공간 등 지원을 결정·관리한다.
이처럼 전공 자율선택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전공 선택 및 이수에 영향을 주는 학사제도와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운영해온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복수전공 이수 원칙은 특정 전공으로 학생들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해줬다.
신입생 대상의 진로 탐색 교과목 운영, 정기적 전공설명회 개최, 팀 담임 교수와 전공 지도교수의 상담, 학사지도사(Academic Advisor) 및 E-학사지도사를 통한 전공선택 지도와 상담 지원이 학생들의 신중한 전공 선택에 도움을 줬다. 한 명의 담임 교수와 학년별·전공별로 골고루 안배된 약 35명의 학생이 1년간 한 팀으로 묶이는 팀제도는 1학년 학생의 소속감을 높여줬다. 다양한 전공에 속한 선배들을 통해 전공 교육과정과 특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런 노력에 따른 교육 성과는 상당하다.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선택함에 따라 대학 생활과 전공 학습 만족도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복수전공 이수 원칙은 전공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다학제 간 융합 교육을 활성화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학생 주도의 전공 선택 시스템에 따라 각 전공은 능동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튜터링 및 상담 체계를 강화하는 등 학생 중심의 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을 촉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동대는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 116%(2024학년도), 중도탈락률 2.9%(2023학년도)라는 전국 최상위권 수준의 높은 성과를 거뒀다.
전공 자율선택제는 대학교육의 우선순위를 학생에 두는 교육혁신의 주요 사례다.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며 진로를 준비할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될 때 학생의 잠재력이 충분히 계발되며 전공 만족도와 학업 성취도가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공 자율선택제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교육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혁신적인 제도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촘촘한 지원 체계가 꼭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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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록 한동대 기획처장·국제어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