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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학과 교수의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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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는 스탠퍼드와 함께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 가장 좋은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탓에 각종 인턴 경험을 쌓기 쉬운데, 미국에서는 함께 일해 본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인력 확보에 혈안이 된 빅테크 기업들은 심지어 인턴들에게도 웬만한 기업의 정직원 수준의 보상을 주면서 구애에 열심이었다. 그러니 버클리에서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로 넘쳐났고, 학교에서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수업을 늘려야 했다.

그런데 최근 그 학교 컴퓨터학과 제임스 오브라이언 교수가 자신의 링크드인에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버클리의 컴퓨터학과 졸업생들이 취업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글을 썼다. 과거에는 성적이 나쁜 학생들도 손쉽게 직장을 구했는데, 요즘은 학점이 가장 좋은 학생들도 졸업을 앞두고 아무런 오퍼를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단다.

오브라이언 교수의 진짜 걱정은 이 추세가 앞으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그가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실험적인 프로젝트 대신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에 집중하고, 그 외에는 AI에 올인하는 중이다. 결국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수혜자는 오픈AI와 같은 앞선 AI 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나온 경력자들뿐이라는 것.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우수한 AI가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들에게 취업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나온 AI 모델의 성능이 뛰어나 초급 프로그래머를 뽑지 않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굳이 고용해서 인건비를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이번 가을에 입학한 컴퓨터 전공 학생들이 4년 후에 졸업할 때는 완전히 다른 취업 시장을 만날 게 확실하다고 경고한다.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데 이미 직장을 잃은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경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