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민 급전’ 카드론 역대 최고치, 적극적 채무조정 도와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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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카드론. 연합뉴스

카드론. 연합뉴스

8월 말 카드 대출 44.7조원…연체율 3.1%로 급등

부채 구조조정, 모니터링으로 선제적 관리 나서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의 급전 통로인 카드 대출은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고물가 속에 빚 부담이 늘고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한 푼이라도 아쉬운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쓰고 있다. ‘빚의 악순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카드 대출 및 연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드 대출은 44조6650억원으로, 금감원이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나빠지는 빚의 질이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율은 3.1%로 2021년 말(1.9%)보다 급증했다. 연체 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3720억원으로 카드 사태가 터졌던 2003년(6조600억원)과 2004년(1조9880억원) 이후 가장 크다.

카드 대출 증가는 경제에 울리는 경고음이다. 경제의 약한 고리들이 늘어나며, 위기의 폭발력이 커진다는 의미라서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은행(1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들이 마지막에 찾는 급전 창구다. 같은 액수를 빌려도 상환 부담이 훨씬 크다. 평균 연 14~15% 금리가 적용되는 탓이다. 게다가 이미 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일 가능성도 높다. 일단 빚을 냈지만, 이를 갚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결국 빚이 빚을 낳으면서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빚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에 나선 취약 계층도 크게 늘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올해 채무조정을 신청해 확정받은 건수(11만5721명)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의 70%에 육박했다. 고정 수입이 적고 재기가 어려운 60대 이상이 전체의 14.8%를 차지했다.

빚의 악순환을 막고 취약 계층의 대출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와 금융 당국이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총량을 줄여가야 한다.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대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 달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채무조정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대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제2의 카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은 카드론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선제적 관리에 나서고, 수수료 수입 감소에 따른 수익 확보를 위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카드사들 역시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