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야구 도시? 이젠 농구와 사랑에 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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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하위팀’ 부산 BNK에서 다시 뭉친 레전드 가드 박혜진(왼쪽)과 특급 포워드 김소니아. 아산 우리은행의 황금기를 이끈 두 선수의 합류로 BNK는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박혜진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8회, 김소니아는 2회다. 송봉근 기자

‘만년 하위팀’ 부산 BNK에서 다시 뭉친 레전드 가드 박혜진(왼쪽)과 특급 포워드 김소니아. 아산 우리은행의 황금기를 이끈 두 선수의 합류로 BNK는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박혜진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8회, 김소니아는 2회다. 송봉근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는 ‘만년 하위팀’이다.

창단 시즌인 2019~20시즌 6개 팀 가운데 5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 시즌인 2023~24시즌에도 6승 24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최하위인 6위에 그쳤다.

그런데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새 시즌부터는 ‘만년 하위팀’의 오명을 떨쳐버릴 것으로 보인다. 특급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면서 BNK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BNK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베테랑 가드 박혜진(34)과 특급 포워드 김소니아(31)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박혜진과 김소니아는 아산 우리은행에서 6시즌을 함께 뛰면서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전 우승 2회를 합작했던 ‘우승 청부사’ 콤비다.

박혜진(왼쪽)과 김소니아의 합류로 BNK는 전력이 급상승했다. 송봉근 기자

박혜진(왼쪽)과 김소니아의 합류로 BNK는 전력이 급상승했다. 송봉근 기자

이들의 영입 효과는 지난 8일 끝난 박신자컵에서 나타났다. BNK는 김소니아만 투입하고도 부천 하나은행과 함께 한국 팀 최고 성적인 4강에 올랐다. WKBL 6개 구단과 도요타, 후지쓰, 히타치(이상 일본), 캐세이라이프(대만)를 합쳐 총 10개 팀이 출전한 올해 박신자컵은 새 시즌의 전초전 격 대회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최근 부산 기장의 BNK 훈련장에서 만났다.

박혜진은 “6월부터 합류해 팀에 녹아드는 중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한 탓에 구단에선 ‘편하게 하라’면서도 부담을 주는 분위기”라며 웃었다. 김소니아는 “‘또치(박혜진 별명)’ 언니와 함께 팀에 우승 DNA를 심겠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여자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8년 우리은행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2~13시즌부터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피언전 석권) 6연패를 이끄는 등 우리은행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챔피언전 우승만 8회로 현역 선수 중 최다를 자랑한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4회, 챔피언전 MVP 상도 3회나 받았다.

박혜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15시즌 간 몸담은 친정 팀 우리은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고향 부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서다. 박혜진은 “친정 팀이나 다름없는 우리은행을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족과 떨어져서 오랜 시간을 지냈다. 마지막은 고향에서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 팀에서만 뛰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 ‘변화’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다”고 덧붙였다.

1990년생 박혜진은 34세의 나이에도 정상급 실력을 유지 중이다. 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내내 부상에 시달렸지만, 청주 KB와 챔피언결정전에선 김단비와 함께 해결사로 활약하면서 우리은행의 우승을 이끌었다.

박혜진(왼쪽)은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김소니아는 박신자컵에서 펄펄 날았다. 송봉근 기자

박혜진(왼쪽)은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김소니아는 박신자컵에서 펄펄 날았다. 송봉근 기자

박혜진은 후배들과의 호흡이 팀 성적을 좌우할 거라고 봤다. 그는 “20대 초반의 후배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나와 하이파이브할 때 두 손으로 하는 사람은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편한 사이가 돼야 코트에서도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 말했다.

루마니아계 한국인 김소니아는 득점과 리바운드 능력을 두루 갖춘 정상급 포워드다. 루마니아 3대3 농구 국가대표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을 만큼 거친 몸싸움에도 강하다. 그는 지금이 전성기다. 2022~23시즌 평균 18.9점(득점왕), 9.4리바운드(2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16.5점(5위), 9.1리바운드(4위)를 올렸다. 박신자컵 5경기에서도 20.6점, 8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루마니아에서 자란 김소니아는 2012년 우리은행에 입단할 당시엔 한국 농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위로해 준 사람이 바로 선배 박혜진이다.

김소니아는 “향수병으로 힘들었던 신인 시절 혜진 언니와 함께 뛰면서 힘을 냈다. 언니는 내 장점을 너무 잘 안다”면서 “우리은행 시절엔 내가 어려서 혜진 언니에게 도움만 받았는데, 이젠 나도 제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김소니아는 2021년 농구 국가대표 출신 이승준과 결혼했다. 그는 “남편이 부산에 내려와 외조를 해줘 든든하다. 경기도 꼼꼼히 체크하고 피드백을 해줘 실력이 느는 기분”이라며 “부산이 ‘야구의 도시’라고 들었는데, 이제부턴 농구와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진은 “내 목표는 BNK의 우승, 그리고 소니아를 MVP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진

생년월일: 1990년 7월 22일
신장: 1m79㎝
소속: 아산 우리은행(2008~24년), 부산 BNK(2024년~)
포지션: 가드
주요 수상: 챔피언전 8회 우승(현역 최다·우리은행 소속), 정규리그 MVP 4회, 챔피언전 MVP 3회

김소니아

생년월일: 1993년 7월 24일(한국-루마니아 이중국적)
신장: 1m77㎝
소속: 아산 우리은행(2012~14년, 2018~22년), 인천 신한은행(2022~24년), 부산 BNK(2024년~)
포지션: 포워드
주요 수상: 챔피언전 2회 우승(우리은행 소속), 득점왕 1회

‘만년 하위팀’ 부산 BNK

2019~20시즌(창단) 5위
2020~21시즌 6위
2021~22시즌 4위
2022~23시즌 2위
2023~24시즌 6위
2024~25시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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