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핵무기를 동원한 세계대전이 뒤따를 수 있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영 정상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 해제를 검토하면서, 이후 보복성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서방 미사일이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무기를 동원한 세계대전이 뒤따를 수 있다"며 "러시아는 더 강력한 무기로 대응할 것"이라고 이날 말했다. 그러면서 "(핵탄두를 탑재한) 'RS-28 사르마트(Sarmat)'가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 도달하는 데 3분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러시아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사르마트는 최대 사거리가 약 1만7700㎞에 이른다. 또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된 15개의 탄두가 동시에 다수의 목표물을 설정해 공격할 수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서방과 러시아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확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를) 거대한 용광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병기인 무인기(드론) 생산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군산업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드론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약 10배 증가한 140만대로 늘리도록 지시했다. 수백 달러에 불과한 소형 자폭 드론 1대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이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자국 내 조달로 중국제 드론에 대한 의존도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48개 공장을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이런 러시아의 반발은 미국과 영국 등이 서방제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사거리 제한을 풀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놓고 고심 중인 것과 관련이 있다. 대상 무기는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사용 중인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과 영국의 스톰섀도 공대지 순항미사일 등이다. 두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각각 300㎞와 560㎞ 수준이다.
그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도록 사거리 제한을 풀어 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 이와 관련, 영국은 스톰섀도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제 부품을 사용하고 있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사거리 해제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다만, 지난 11일 미·영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13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이와 관련한 깊은 논의를 하면서 "사거리 해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유럽의 결속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 달 퇴임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9일 미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GMF)가 주최한 '고별 연설'에 참석해 "미국의 우방과 동맹들은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 없어선 안 될 기여를 한다"며 협력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이어 "안보 도전은 거대하고 경쟁은 너무 치열해서 어느 국가도 혼자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를 훼손하려는 모든 정책은 미국의 최고 자산을 허비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무임 승차론'으로 나토 회원국들을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도 "유럽이 미국보다 적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며 "내가 (나토를 상대로) '돈을 안 내면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해 그들이 방위비를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