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공식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에 대한 중국의 의전이 앞서 방중한 일본 의원 대표단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견 장소, 배석자의 격이 달랐다는 게 근거다.
22대 국회 개원 후 개편된 한중의원연맹 대표단은 지난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의원 9명은 18일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약 45분간 회담을 가졌다.
왕 위원과의 회담 장소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의 타이완팅(臺灣廳)이었다. 인민대회당 내 공간은 중국 내 지명을 붙여 부르는데, 대만에서 이름 붙인 1층의 타이완팅은 외빈 접견장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장소다. 타이완팅은 지난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의 회담 당시 대만 기자의 대기 장소로 사용됐던 곳이다. 당시 회담은 대만 측의 우려와 달리 타이완팅 대신 정상회담장으로 쓰이는 둥다팅(東大廳)에서 이뤄졌다.
반면 지난달 28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자민당 간사장이 단장을 맡은 일중의원연맹 대표단과 왕이 위원과의 회담은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렸다. 댜오위타이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과의 정상회담 및 국빈 숙소로 사용되는 장소다.
중국 측 접견 인사와 배석자도 일본 의원 대표단의 방중 당시보다 격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니카이 단장이 이끄는 일본 대표단은 이틀 연속으로 중앙위원급의 류젠차오(劉建超) 당 중앙대외연락부장과 만났지만, 한국 대표단과는 만나지 않았다.
배석자도 차이를 보였다. 왕 위원과 일본의원단이 만날 때는 양완밍(楊萬明)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차석에 앉았고 궈예저우(郭業洲) 중국외사판공실 부주임, 청융화(程永華) 중일우호협회상무부회장 순으로 배석했다. 마지막 자리에 류진쑹(劉勁松) 외교부 아주사 국장이 동석했다. 반면 한국 의원단과의 만남에는 왕차오(王超) 전인대 외사위원회 부주임이 전국 인민대표대회 중한우호소조(중한의원연맹) 중한우호소조 부조장 자격으로 차석에 앉았고 류진쑹 국장이 다음 자리에 배석했다.
이 전에도 유사한 의전 논란이 있었던 적 있다. 지난해 11월 21대 국회 한중의원연맹 소속 의원 19명이 4박 5일 일정으로 상하이·시안·베이징을 방문했지만 딩중리(丁仲禮) 전인대 부위원장, 상하이와 산시성 인민대표대회 부주임과 만나는 데 그쳤다.
일본 의원 대표단은 의전 등으로 중국 당국과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일중의원연맹 회장 취임부터 방중을 추진해온 니카이 전 간사장은 중국이 제안한 인사의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문 일정을 미뤄왔다. 지난 2017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특사단이 시 주석과 회견에서 상·하석이 구별된 의전을 받았던 것과 달리 사흘 전 이뤄진 시 주석과 니카이 간사장 회담은 마주 앉는 ‘회담 세팅’으로 대조를 이룬 바 있다.
반면 한·일 의원 대표단에 대한 중국의 의전을 비교하기엔 양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 대표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방문했고. 일본은 5년 만에 방중이라 동등하게 비교할 사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 당국자는 “(한국 의원 대표단이 회견한) 인민대회당과 (일본 대표단이 회견한) 댜오위타이는 의전상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모두 중요한 외교 무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