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부모가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과목은 영어예요. 그런데 가장 빨리 그만두는 과목도 영어예요. 왜 그럴까요?
“고등 영어 일타 강사가 초등 공부 전략에 대한 책을 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글로리아쌤’ 이호경 강사는 이렇게 되물었다. 초등학생 1명이 쓰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영어가 월평균 21만4000원으로 수학(14만8000원), 국어(8만9000원)보다 훨씬 많지만, 고학년만 돼도 상황이 달라진다. 수학 때문에 영어가 뒷전으로 밀리는 탓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대입에 도움이 안 되는 이 현상을 바로 잡고 싶었다”고 했다.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대치동에서 22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어렸을 땐 영어를 곧잘 했지만 정작 대입에서 영어에 발목을 잡히는 학생을 자주 봤다. 원인은 수학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초등 수학학원인 생각하는황소(황소)가 입학 연령을 4학년에서 3학년으로 낮추면서 2학년만 돼도 영어 학습 비중을 줄이기 시작한다. 어렵기로 악명 높은 입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일찌감치 영어에서 손을 뗀 아이들은 급속도로 영어와 멀어져 갔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유)에서 배운 것들을 까맣게 잊고, IN·PEAI·트윈클··ILE·에디센 등 ‘빅(Big)5’ 초등 영어학원에서 갈고닦은 실력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야 갑자기 어려워진 영어 앞에서 절망한다. 그는 “어렸을 때 투자한 시간과 돈을 모두 날리고 결국 대입 코앞에서 밀린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달 출간된 『대치동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는 영어 강사이자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고민이 맞닿은 결과다. 시대인재·다원교육·대찬학원 등에서 매달 2000여 명의 학생과 만나는 그는 영어와 수학 학습에 있어 황금 비율을 찾으려고 애썼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놓쳐선 최상위 대학에 진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지난 3일 글로리아쌤을 만난 이유다.
Intro 영어 일찍 놓으면 안 되는 이유
Part 1 영재학교? 준비 전 확인하라
Part 2 수학 올인? 60% 넘기지 마라
Part 3 절대평가? 쉽다고 착각 마라
✅️영재학교? 준비 전 확인하라
글로리아쌤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의 기질과 적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는 탓이다. 그는 “옆집 아이가 황소 다닌다고 따라 보내고,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준비한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 왜 모든 아이가 수학에 전력을 다하게 됐을까요?
- 최상위권에서 의대 선호, 이과 우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대입에서 수학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대입은 아직 먼 얘기예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목표로 KMO를 준비하죠. KMO에 입상하면 주는 가산점은 사라졌지만, 준비 과정에 자연스럽게 고등 수학을 선행학습하고 동시에 심화학습도 할 수 있으니까요.
- 도전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요?
- KMO에서 상을 받거나 영재학교 혹은 과학고에 합격한다면 그렇죠. 수학을 정말 좋아한다면 과정 자체를 즐길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휘문중 한 학년 270명 중 230~240명이 영재학교·과학고 혹은 KMO를 준비하는데 정작 합격자, 수상자는 한 해 10명이 채 되지 않아요. 남중이다 보니 한 반에 체육 특기생 서너 명 빼고는 다 한 번씩 해본다고 하더라고요. 상위권은 최상위권을 보고, 중상위권은 상위권을 보면서 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