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노출하고 자전거 타면 처벌"…한국 이랬던 적 있다 [기록으로 본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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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으로 본 자전거 규제]

지난 8월 서울 성수동 부근에서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8월 서울 성수동 부근에서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뉴스1]

 '시가지 도로에서 종아리의 반 이상을 노출하고 자전거에 승차했다가 적발되면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함.'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어이없는 내용이지만 이는 실제로 우리나라 역사 속에 존재했던 자전거 관련 규정입니다. 경찰청이 2003년 말 발간한 '도로교통 관련 법령의 변천사'에 따르면 해당 규정은 일제 강점기인 1917년 10월 27일에 발효된 '자전거 취체규칙(경무총감부령 제1호)'에 담겼는데요.

 100여년 전 자전거가 국내에 많이 도입돼 사람이나 화물 운송에 대거 활용됨에 따라 통행의 안전확보를 위해 자전거 구조장치, 통행방법, 이용자 준수사항, 통행속도 등에 대한 걸 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참고로 국어사전에 따르면 취체는 규칙, 법령, 명령 등을 지키도록 통제한다는 의미로 단속과 유사합니다.

 자전거는 1817년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1785~1851년) 남작에 의해 현대적 자전거의 효시로 불리는 '드라이지네'가 만들어진 이후 여러 개선 과정을 거쳐 1800년대 후반 유럽에 널리 보급됐고, 일본 등지에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를 폰 드라이스 남작이 만든 '드라이지네'. 현재 자전거의 효시로 불린다. 사진 국립과천과학관

카를 폰 드라이스 남작이 만든 '드라이지네'. 현재 자전거의 효시로 불린다. 사진 국립과천과학관

 실제로 자전거 취체규칙을 보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타인에게 경계를 줄 수 있는 경음기 장착 ▶야간에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차체 전면에 등화장치 설치 ▶정해진 인원 외에 승차 금지처럼 현재와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또 '승차 중에는 양손을 동시에 손잡이로부터 떼어서는 아니 됨'이나 '도로, 기타 공중의 방해가 될 만한 장소에서 승차 연습 또는 경주나 곡예 승차를 해서는 아니 됨' 같은 항목도 있는데요. 현재도 자전거 솜씨를 뽐내려 두 손을 떼고 자전거를 타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전거 소유자나 점유자는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도로, 기타 공중의 방해가 될 만한 장소에서 승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는데요. 어린이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유발하거나 당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양손을 떼고 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금지됐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에는 양손을 떼고 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금지됐다. 연합뉴스

 시가지 도로, 그러니까 시내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더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는데요. 우선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되고, 자전거를 옆으로 나란히 통행해서도 안 됩니다.

 눈길을 끄는 건 종아리의 반 이상을 노출하고 승차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인데요. 반바지는커녕 종아리의 절반이 보이는 옷차림도 안된다는 의미인데요. 이를 어기면 감금형인 구류나 약한 벌금형인 과료에 처하도록 했는데요. 

 당시 옷차림에 대한 보수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이 규정을 곧이곧대로 적용해서 처벌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처벌 규정이 있는 만큼 실제로 상황에 따라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반바지 차림의 자전거 이용객. 중앙일보

반바지 차림의 자전거 이용객. 중앙일보

 자전거에 대한 규정은 자전거 취체규칙 전에도 있긴 했습니다. 대한제국 때인 1905년 말에 공표된 '가로관리규칙(경무청령 제2호)'에 담긴 건데요. 하지만 야간에 등화 없이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는 내용뿐입니다.

 자전거 취체규칙은 일제 강점기에 몇 차례 부분적인 수정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별다른 변화는 없었으며, 1961년 5월 국회 의결로 폐지될 때까지 형식상으로는 존재했습니다.

 자전거는 물론 인력거와 마차 취체규칙 등 여러 도로교통 관련 법 규정은 이때 상당수 폐지됐고, 같은 해 말에 새로 제정된 도로교통법에 필요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자전거 관련 규정이 몇몇 남아있고, 1995년에 제정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도 관련 규정들이 있는데요. 다만 자전거 취체규칙처럼 세세한 운행 규정 등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횡단보도를 가로 막은 채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 강갑생 기자

횡단보도를 가로 막은 채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 강갑생 기자

 사실 자전거는 안전하게, 잘만 타면 환경에 도움이 되고, 근거리 이동에도 편리합니다. 이 때문에 너무 세세한 단속이나 제약 규정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전동킥보드 대신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공유전기자전거는 얘기가 좀 다른 듯합니다. 속도도 일반 자전거보다 빠른 데다 차체도 무거워 자칫 보행자와 충돌하면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도 전기자전거는 공공연히 인도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고, 또 횡단보도나 지하철역 입구 등에 멋대로 세워두는 탓에 적지 않은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자전거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엄격한 규정과 단속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용자의 올바른 이용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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