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논을 법인에 맡긴 농민들이 한가위를 맞아 ‘깜짝 보너스’를 받았다. 벼농사 대신 콩·양파·감자 등 다른 작물로 이모작을 해 거둬들인 소득이 예상을 웃돌면서, 농민들은 지난 연말에 이어 다시 한번 배당금을 받았다.
농민들이 보너스를 받게 된 건 농가가 법인에 땅을 빌려준 뒤 연말에 배당금을 받고, 법인은 빌린 땅에서 벼농사 대신 콩·양파·감자 등 작물로 이모작을 해 소득을 올리는 ‘공동영농’ 덕분이다.
3.3㎡당 4700원 소득…“기존 2배”
지난 4일 경북 문경시 영순지구 혁신농업타운에서는 이모작 공동영농에 동참한 농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득 추가 배당식이 열렸다. 문경 영순지구에서 혁신농업타운을 추진하는 늘봄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부터 지역 농가 80호와 함께 기존 벼를 심던 110ha 논을 이모작으로 전환해 콩 214t, 양파 4600t, 감자 900t을 생산했다.
그 결과 총 48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인건비·경영비 등을 제외한 법인수익은 2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인은 추가 배당으로 3.3㎡당 500원씩 지급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말 지급한 3.3㎡당 3000원을 포함해 농가가 받은 배당은 총 3.3㎡당 3500원이 됐다. 이에 더해 영농참여로 받은 인건비까지 더해 각 농가는 3.3㎡당 평균 4700원의 소득을 올렸다.
농가가 직접 벼농사를 지으면 3.3㎡당 2350원 정도 소득을 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모작 공동영농을 통해 농가 소득이 2배가량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날 추가 배당식에 참석한 홍윤식 농가는 “공동영농을 하면서 지난 연말에 배당을 받고 오늘 또 추가로 받으니 난생처음으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중 땅을 관리하는 홍봉조 농가는 “보유하고 있는 3만3000여㎡ 땅에서 예전에는 3.3㎡당 1000원씩 총 10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았는데 이젠 3000만원에 추가로 500만원을 더 받으니 우리 문중 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고 기뻐했다.
경북지사 “지방소멸 위기 극복 대안”
농가뿐 아니라 법인 역시 큰 성과를 거뒀다. 늘봄영농조합법인이 지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은 23억원으로, 법인 경비를 제외한 순수익은 20억원으로 나타났다. 농가 배당금으로 12억원을 지급하고 4억원은 내년을 위한 적립금으로, 나머지 4억원은 시설 설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홍의식 늘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농사가 잘돼 주주인 농가에 추가 배당을 할 수 있어 기쁘다”며 “다른 지자체나 농업 관련 기관들이 벤치마킹하려고 한 달에 2~3번은 찾아오는데 대한민국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공동영농이 농촌 지역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0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2024 시도지사 정책콘퍼런스에 참석해 문경 영순지구 공동영농을 ‘K-농업대전환’의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이 지사는 “K-농업대전환은 ‘농민은 땅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왜 도시근로자보다 못 사는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이는 농업 분야의 대대적인 혁신 사례로 규모화·기계화·첨단화를 통해 농업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경 영순지구는 전국 최초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모델을 도입해 공동영농으로 노동력은 적게 들고 농업소득은 2배가 된 성공 사례”라며 “정부에서 이 사례를 우수 사례로 보고 공동영농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용역도 추진 중으로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대하면 제2의 농지개혁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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