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외과 교수가 없어 다른 외과 교수가 신생아 응급수술을 집도했다. 이때 신생아 질환에 쓰는 수술법을 하지 않았다면 병원의 책임이 얼마나 인정될까? 1심은 ‘책임이 없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일부 책임이 있다’며 엇갈린 판단을 내리면서 대법원이 1년째 심리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민사17-1부(부장판사 홍동기·차문호·오영준)가 지난해 10월 “병원이 약 70%의 책임을 지고 그간 치료비와 미래 치료·간병비, 위자료 등을 주라”고 판결하면서다.
사건은 2017년 3‧1절을 앞두고 발생했다. 생후 5일이었던 A가 자꾸 녹색 구토를 해 급히 소아청소년과 외래를 찾았는데, 소아과 의사는 ‘중장 이상회전과 꼬임’이라 진단하고 즉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장이 꼬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에 혈액이 가지 못해, 붓고 염증이 생기다가 더 심해지면 장이 괴사하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즉시 수술해야 한다.
이 병원에는 당시 소아외과 의사가 없었지만, 지체할 경우 위험하다고 판단해 다른 외과 교수가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농이 가득 차있는 등 괴사 직전인 배 속의 염증을 세척하고 꼬인 소장을 풀어 배치한 뒤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외과 교수가 놓친 게 하나 있었다. 장 이상회전 질환을 가진 아기는 맹장이 엉뚱한 곳에 붙어 있어, 맹장을 배 뒤쪽에 고정시키는 띠를 잘라서 장을 보통사람의 위치와 같게 재배치해줬어야 한다. 소아외과 세부전공이 아닌 집도의는 이 띠를 확인했으나 ‘없다’고 판단한 뒤 수술을 마쳤고, A는 결국 다시 장이 꼬여 이틀 뒤 재수술을 했다. 이때는 소장 대부분이 괴사해 상부 15~20cm만 남기고 맹장까지 다 잘라내야 했다.
이듬해 5월 A는 구토 등으로 다시 입원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무호흡 증상을 보여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뇌 이상이 생겨 발달지연, 사지마비, 인지저하 등 장애도 갖게 됐다. 이에 A의 어머니는 병원과 외과 교수, 소아과 주치의를 상대로 일실손해 및 향후 치료비 등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데 수술을 집도해 1차 수술을 잘못했고 ▶관찰이 소홀해 2차 수술이 늦어졌으며 ▶1년 뒤 입원 치료 당시 과실로 영구적 장애를 입게됐다 등의 이유였다. 그러자 병원도 A의 미납 진료비 합계 2억 3683만원을 달라고 맞소송을 냈다.
1심 “병원 책임 없어”, 항소심 “그래도 수술법은 지켰어야”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병원 측 손을 들어 A측에 “미납 진료비를 다 내라”고 판결했다. “소아외과 세부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외과 전문의라 수술에는 결격이 없고, 다른 병원에 보내 시간을 지체했으면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보면서다.
반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측이 항소심에서 청구한 약 15억여원 중 70%를 병원 책임으로 보고 약 10억원을 배상하고, 그중 1000만원은 수술한 외과 교수도 함께 책임지라고 했다. 신생아에서 발생하는 특징적인 질환에는 정해진 수술법이 있는데, 그걸 안 해서 재발 및 장 절제를 하게 됐다며 수술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다. 또 장이 짧아지며 후유증인 영양결핍‧면역저하‧감염 등으로 뇌병변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감정의의 분석을 근거로 삼았다. 다만 소아과 주치의는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봤다. 병원 측은 뒤바뀐 2심 결과에 불복해 곧바로 상고했다.
의료계에선 응급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024년 현재 외과 전문의 8800명 가운데 외과학회가 2013년부터 발급한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는 73명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