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 졸리는 날씨입니다"…'1호 기상캐스터' 김동완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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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전 기상통보관. 중앙포토

김동완 전 기상통보관. 중앙포토

'대한민국 제1호 기상캐스터'로 알려진 김동완 전 기상청 기상통보관이 15일 별세했다고 기상청이 전했다. 89세.

1935년생인 김 전 통보관은 1959년 기상청 전신인 국립중앙관상대에 들어가 예보관으로 일하다가 1970년대 동양방송(TBC) 등에서 날씨를 전했다.

뉴스를 라디오로 듣던 1960년대에는 국립중앙관상대 직원들이 딱딱하게 날씨를 예보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김 전 통보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뉴스가 끝나고 '이제 기상대로 돌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청취자들이 다 채널을 돌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예보는 달랐다. “파리도 졸리는 더위입니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등 친근한 표현으로 전하는 그의 예보를 듣기 위해 사람들은 소리를 키웠다.

1970년대 초반 TBC에서는일기예보를 독립프로그램을 제작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엄청났다. 방송국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기상캐스터 최초로 CF를 찍을 정도였다.

라디오에서 TV로 넘어오면서 그는 종이 일기도에 매직펜으로 등압선을 쓱쓱 그려가며 날씨를 전했고 그는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날씨 전문가’가 됐다.

그로 인해 기상청엔 ‘통보관’이라는 직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원래는 없던 직책인데, 방송국에서 임의로 그를 통보관이라고 부르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MBC에서 날씨를 전하는 김동완 전 통보관. 중앙포토

MBC에서 날씨를 전하는 김동완 전 통보관. 중앙포토

김 전 통보관은 1982년 MBC 보도국 보도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1997년까지 날씨를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고, 현재 날씨예보 방송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일기예보를 친근하고 신뢰감 있게 전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세계 기상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김 전 통보관 과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기예보가 100% 맞으면 좋겠지만, 인간 능력에 한계가 있어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시설과 장비를 확충해도 불가능하다”며 “일반인은 날씨 예보에 무한대의 희망을 품고 있는데, 일기예보에 좀 더 성숙한 태도로 접근해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2000년에는 제16대 총선 때 고향인 경북 김천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 오전 7시 30분이다. 장지는 함백산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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