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 달간 4조원 팔았다…'65000원 붕괴' 삼성전자 추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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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추락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고점론과 3분기 실적 악화 전망 등 반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외국인들은 최근 한 달간 4조원 넘게 삼성전자를 팔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96% 하락한 6만4900원을 기록했다. 지난 3일부터 7거래일 연속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밤사이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1.53% 상승했고, 대표 반도체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19%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상승 기류를 타지 못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 우려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줄줄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을 79조3000억원, 영업이익을 10조3000억원으로 추정하며, 시장 평균 전망치보다 각각 5%, 23% 낮을 것으로 봤다. 목표주가도 기존 12만원에서 20% 내린 9만6000원으로 조정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보유 재고가 13∼14주로 늘어나면서 D램, 낸드 모두 전 분기보다 출하량이 줄고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도 한 자릿수로 제한될 것”이라며 “반도체(DS) 부문의 초과이익분배금(PS) 충당금이 한꺼번에 반영돼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3분기 이익 전망을 낮추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밖에 메리츠증권 (10만8000원→9만5000원), KB증권(13만원→9만5000원), 현대차증권(11만원→10만4000원), DB금융투자 (11만원→10만원) 등 주요 증권사가 잇따라 삼성전자 목표가를 내려잡았다.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를 9060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지난 8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외국인이 판 삼성전자 주식은 4조1452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달 23일 이후부터는 9월 2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순매도세였다.

업계에서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품질 승인이 늦어지는 점을 외국인 투매 원인으로 꼽는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4분기에 HBM 관련 매출이 두배씩 늘어날 거라고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줬지만, 공식적인 퀄(품질) 인증도 나지 않고 있다”며 “퀄 승인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반도체 기업 실적과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지속하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상반기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이끈 만큼,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얼마나 높게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대보다 수요가 약해 반도체 재고가 늘고 가격이 낮아졌지만 이것만으로 본격적인 업황 하락의 시그널로 볼 수는 없다”며 “마이크론이 이달 26일(한국시간) 실적설명회에서 수요 불확실성을 근거로 공급을 조절하면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전일 대비 0.40% 내린 2513.37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29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블랙 먼데이(8월5일)’이후 한 달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0.46% 오른 709.42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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