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의 4단계 확장사업이 10월 말에 완료된다. 지난 2017년 11월에 시작, 4조8400억원을 투입해 꼭 7년 만에 끝을 맺게 됐다. 4단계 확장사업은 제2 여객터미널 확장과 길이 3750m의 제4 활주로 신설, 계류장 확충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수용능력(국제선 기준)은 현재 7700만 명에서 1억600만 명으로 늘어나 마침내 1억명을 돌파하게 된다. 국제선으로만 따지면 동북아 1위이자 세계 3위 규모가 된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인천공항보다 국제선 여객처리 용량이 큰 공항은 이스탄불공항(1억5000만 명, 튀르키예)과 두바이공항(1억1800만 명, 아랍에미리트) 등 단 2곳만 남는다.
인천공항 4단계 완료, 1억 수용
10년 내 포화 전망에 5단계 검토
국토부, 사업 필요성에 유보적
“정밀 수요분석 통해 결정해야”
“제3 터미널, 제5 활주로 건설” 목소리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이 20여년 만에 실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눈은 벌써 5단계 확장사업으로 향하고 있다. 약 6조원을 들여 연간 20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3 여객터미널을 새로 짓고, 3400m 길이의 제5 활주로 등을 만드는 내용이다. 내부적으로는 내년에 시작해 2033년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얼핏 지금 규모만 해도 상당한데 왜 굳이 5단계 사업을 서두를까 싶기도 하다. 인천공항은 그 답으로 지난 2021년 국토부가 마련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제시한다. 당시 국토부가 인천공항의 국제선 수요를 전망한 데 따르면 2033년이면 국제선 여객이 1억600만 명을 넘어선다. 이 경우 4단계 사업으로 확보한 국제선 여객처리용량(1억600만 명)보다 많아져 포화상태가 될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인천공항의 주견 인프라본부장은 “계획부터 완료까지 10년 가까운 사업 기간을 필요로 하는 공항건설 특성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체계적인 인프라 확장을 위한 5단계 건설사업이 필요하다”며 “자칫 수요증가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런던 히스로공항처럼 항공기 지연, 환승객 유출 등으로 인해 국가 항공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과잉투자 가능성 경계
그러나 공항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는 입장이 다르다. 인천공항은 물론 새로 건설을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등 다른 공항의 예상 수요와 발전 방향까지 다 따져본 뒤에 5단계 사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일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우리나라의 국제선 총 수요에서 가덕도신공항과 TK신공항이 차지하게 될 비중도 검토해보고 판단해야지, 이걸 무시하고 무조건 5단계 사업을 가게 되면 자칫 과잉투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은 2065년 기준으로 국제선 여객 2320만 명을, TK신공항은 2060년 기준으로 9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업계 관계자는 “여러 논란과 진통 속에 규모가 큰 신공항 2곳을 추진해야 하는 국토부로서는 인천공항 확장에 대한 다른 지역 및 정치권의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이 지난 2021년 제4 활주로를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조용히 개통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연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년 정도 수요 추이 보고 결정해야”
국토부가 5단계 사업을 주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인천공항 주변에서 활용 가능한 하늘 공간, 즉 공역(空域)이 휴전선과 공군 훈련 지역 등으로 인해 여전히 비좁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역이 붐비는 상황에서 활주로를 추가로 신설한다고 해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거란 얘기다.
그래서 국토부는 올 연말 완료예정인 ‘제4차 항공정책 기본계획’과 내년 말에 발표될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전체적인 국제선 수요전망과 공항별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인천공항은 가덕도신공항과 TK신공항의 수요전망을 다 따져봐도 5단계 사업의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다 객관적이고 신중한 수요 추정과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기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 국내 공항의 거버넌스체계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1년에서 2년 정도 수요 추이를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도 “관건은 수요가 지금보다 완만하게 성장하느냐 아니면 급속히 늘어나느냐이기 때문에 2년 정도 수요 추이를 보고 결정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5단계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천공항은 24시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론 야간시간에는 거의 운영을 못 하는 탓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확보한 수용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야 환승 강화 등 공항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렇게 따져보면 인천공항의 5단계 사업은 섣불리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치밀한 항공시장 분석과 전망 등을 통해 결정하는 게 나을 듯싶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지역의 압력은 최대한 배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자칫 이러한 요인에 휘둘리게 되면 또 다른 공항 실패사례가 이어질 수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관점에서만 공항 관련 의사결정을 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국내외 항공사와 공항의 장래 전망과 운영전략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따져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항은 한번 짓거나 확장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정책 결정에 신중하고 치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