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하기로 했다. 차세대 소재와 배터리 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배터리 업계가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흐름이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양도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양도 금액은 1조1210억원이다. 삼성SDI는 이날 이사회 결의와 계약 체결을 완료했으며, 국내 청주·수원 사업장의 편광필름 제조 및 판매 등 사업 일체와 중국 우시법인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주로 액정표시장치(LCD)에 쓰이는 편광필름은 화면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편광필름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해졌고, 핵심 고객인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LCD 사업을 철수하면서 삼성SDI도 이번에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중국 우시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555억원에서 2022년 370억원, 지난해 308억원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는 디스플레이, 스마트 자동차, 반도체 등 분야에서 40여 개 관계사를 운영하는 눠옌(NY) 캐피털과 그 산하 편광필름 제조·판매 회사 HMO의 합자회사다.
국내 업체들은 잇따라 편광필름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편광판과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고, SKC도 필름 사업을 2022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삼성SDI는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소재 개발과 배터리 투자에 투입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 분야에서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배터리 등 차세대 소재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투자로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즘 속에서 삼성SDI는 배터리 제조3사 중 유일하게 기존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하기로 해 실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 달러(약 4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SDI가 이번 매각으로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비주력 자산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가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OCI와 합작해 세운 피앤오케미칼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피앤오케미칼은 반도체용 과산화수소와 배터리용 음극재 코팅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 일환으로, 양극재·음극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SK온 살리기’에 나서며 사업구조 개편 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온은 올 2분기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매각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 중이다. SK그룹은 최근 베트남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 윈커머스 지분 7.1%를 매각하고 약 2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줄면서 현금 확보가 어려워졌으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미래를 위한 투자는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캐즘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비주력 자산 매각 흐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