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도관입니다
세상 끝의 집, 교도소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 김도영 교도관의 치열한 일상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살인·강간·방화·사기 전과의 범죄자를 늘 대면하고, 이들을 교화해야 하는 교도관의 업무는 상상 이상으로 고됩니다. 특히 겉으론 유순한 사람이, 알고 보면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충격은 인간에 대한 회의까지 불러일으키는데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죄와 벌, 선과 악의 경계에 서서 진짜 교도소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모두 누워서 취침하시기 바랍니다.”
새벽바람이 교도소 담벼락 안으로 넘어들어왔다. 세상이 빛을 감추고 모두가 눈 감을 시간이지만 교도소는 24시간, 단 1초도 조명등이 꺼지지 않는다.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서 있는 등대처럼 교도소는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냈다.
“교도관님.”
조명빛을 따라 순찰을 돌던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걸음을 멈춰세웠다. 법을 어기고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이들이었기에 시간과 규율을 지키게끔 가르쳐야 했다. 그를 불러세워 훈계하려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열일곱쯤 되었을까. 앳된 모습의 소년이 철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곳에 올 정도면 강력 범죄를 저질렀을텐데, 그는 동네 산책로에서 마주칠법한 학생처럼 평범했다. 단정하게 정리된 두발, 70kg 정도의 체중, 교도소에서 흔히 목격되는 문신 하나 보이지 않았다.
“교도관님, 저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돼요?”
소년은 간절한 표정으로 읊조렸고, 난 단호하게 응대했다.
“조용. 취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