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간 이상 기류가 다양한 방면에서 포착되는 가운데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북한의 주요 정치 기념일인 정권수립기념일(9·9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식 행사에서도 예전과 다른 균열 징후가 드러나는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주북 러시아 대사가 해당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됐다"며 "왕야쥔(王亚军) 주북 중국 대사는 식별되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 대사가 참석한 모습이 북한 매체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주북 중국대사관은 이날 공관 웹사이트를 통해 펑춘타이(馮春臺) 대사대리가 (북한의) 초청에 응해 주북 중국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을 인솔하고 지난 8일과 9일 열린 북한 정권수립 76주년 경축집회와 공연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이번 행사에 나타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확인된 것만 두 번째 공식행사 불참이다. 앞서 왕 대사는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1주년을 맞아 평양체육관 광장에서 진행한 '6·25전쟁 상징 종대 행진 행사'에도 불참했다. 당시에도 각국 외교 사절이 대부분 참석한 행사에 북한의 혈맹이자 6·25 전쟁 참전국인 중국 대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밀착하는 북·러 관계와 달리 북·중 관계에선 이전과 비교할 때 비정상적인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김정은이 2018년 5월 중국 다롄(大連) 방문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발자국 동판'을 지난 5월 제거했다.〈중앙일보 6월 11일자 1·5면 보도〉또 지난 7월 초에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모두 귀국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도 내부적으로 중국과 '민간 가교' 역할을 담당해온 화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주민들의 위안화 사용과 중국 콘텐트 접근을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중앙일보 7월 31일자 1·4면 보도〉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의 영향을 받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구조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는 북·중 간 이상기류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