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오일(Easy Oil)”의 시대가 끝나가면서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했던 심해 석유 개발사업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기에 동해 심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나 천연가스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정부의 발표는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산업계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탐사 시추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심해에서의 탐사 시추는 자원의 존재 가능성에 비해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과거 10년간 글로벌 탐사 동향을 보면 육상과 천해에서의 자원 발견량은 63%에 달하지만, 경제성이 확보되어 상업화할 수 있는 물량의 47%는 심해에서 발견된다. 즉, 통계적으로 상업화할 수 있는 물량의 약 절반은 심해에서 발견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석유 자원의 비용과 수익성을 예측하려면 탐사 시추가 필수적이며, 경제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탐사 시추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만약 성공적으로 대규모 석유나 천연가스를 발견할 경우 그로 인한 이익은 막대하다. 만약 이번 탐사시추를 통해 석유나 천연가스를 발견하면 그 자체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지역 경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산업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될 뿐 아니라 발견된 자원은 에너지 가격의 안정성에 기여하고, 국가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며,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만약 석유 자원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시추를 통해 확인된 양질의 사암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도 있으므로 탄소중립 측면에서의 성과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원개발 사업은 국가기반사업으로 단기간의 짧은 호흡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다. 시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석유나 천연가스가 발견되더라도 경제성 평가와 개발계획의 수립에만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기까지는 10년 내외의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2004년부터 17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한 동해 가스전도 발견 이전에 천해에서 11공의 탐사정 시추 끝에 상업적 가스를 발굴한 바 있으며, 이번 탐사시추는 기존의 동해 가스전과 다른 심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비용 집약적인 심해 프로젝트는 국영석유회사와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점적인 영역이기에, 정부와 산학연 모두 적극적으로 석유개발 기술과 자본력을 확보하여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영수 전북대 자원·에너지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