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더중플-VOICE:세상을 말하다
주역은 사주나 운세와 같은 ‘운명결정론’에 불과할까. 주역의 눈으로 정신건강과 관상을 각각 살펴본 정신과 의사 양창순 원장과 김승호 선생은 공통적으로 “운명은 바뀐다. 운명을 바꾸는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역의 원리로 인간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는 건, 현재 나의 내면과 외면을 점검하고, 미래의 '나'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과정으로 여겼다.
더중앙플러스 ‘VOICE:세상을 말하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1)에선 양창순 (양창순정신건강의학과)원장과 지난 50년간 주역(周易)을 연구해온 초운(草雲) 김승호 선생 인터뷰를 통해 주역의 원리가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남은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정하기 위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풀었다.
① 주역으로 풀어낸 정신건강
양창순(양창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약 40년간 환자를 진료해 온 ‘베테랑’ 정신과 전문의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100회 넘게 〈심리클리닉〉을 진행하며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리더십 및 인간관계 고민 상담을 해 왔다. 이 밖에 여러 저술, 방송 활동을 통해 꾸준히 대중에게 정신건강의학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서양 정신의학 전문가인 양 원장은 동양 사상의 한 축인 ‘주역(周易)’을 치료 과정에 응용해 왔다. 다른 의사들과 달리 서양 정신의학 전문가가 그가 주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양 원장은 “서양 정신의학만으로는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해 성균관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를 활용해 환자들을 상담해온 그는 “주역과 정신의학은 근본적인 공통점이 많다”며 “이들을 접목해 진료했을 때 환자들이 자신의 특성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 사회 중요한 화두인 ‘자존감’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자존감이 무너져 열등감이 발현되기도 한다. 정신의학과 주역에선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이런 열등감에 대해 풀이할까.
- 자존감이 요즘 화두다.
요즘 자존감, 자긍심, 자존심 얘기를 참 많이 하는데, 사실 같은 이야기다. 우선 자존감은 ‘내가 사는 집’이다. 남이 칭찬하면 내가 괜찮은 사람 같다가, 상대가 비난하면 금방 ‘내가 살 만한 사람인가’ 자책한다면 ‘나’를 이루는 그 ‘집’이 튼튼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자존감과 자긍심은 한번 형성된다고 끝까지 가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흔들려도 ‘얼마나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는가’다. 이게 자존감과 자긍심의 건강 척도다. 정신과에서 말하는 건강한 자긍심은 곧 ‘자기수용’이다. 내가 나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더라도 그것을 수용·격려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자긍심이라고 한다.
-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노력’을 자존감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정말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나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려는 성취 동기인가, 아니면 남들에게 열등감을 안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후자는 내가 좋은 게 아니라, 남이 보기에 좋은 것이다. ‘명품·쇼핑중독’ 등이 후자다. 예를 들어 ‘공부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겠다’는 것과 ‘공부로 1등을 해서 나를 무시했던 친구들에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지’라는 건 결이 다르다.
- 두려움과 불안에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내담자에게도 많이 언급하는 게 주역의 수화기제괘(水火旣濟卦)와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다. 수화기제(水火旣濟)는 위에 물이 살고, 아래층에 불이 산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불은 아래에서 위를 향한다. 순환하고 소통한다. 기제(旣濟)다. 주역의 64괘(卦) 중 63번째다.
기제(旣濟)는 ‘모든 갈등이 해결됐다’는 뜻인데, 그다음인 64번째 괘는 화수미제(火水未濟)다. 둘은 거꾸로다. 위에 불이 살고 아래 물이 산다. 불은 위로 향한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 전혀 만날 수 없다. 불통이다.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미제(未濟)다. 흔히 ‘미제사건’이라 말할 때 쓰는 그 말이다.
- 기제괘(旣濟卦)와 미제괘(未濟卦)는 위·아래 위치만 다르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늘 하는 말인데, ‘우리 인생은 해결되면(旣濟) 그것은 새로운 시작(未濟)’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기를 낳으면 출산이 끝난다. 기제(旣濟)다. 그때부터 육아와 입시, 미제(未濟)가 기다린다. 대학에 합격하면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또다시 미제다. 인생은 늘 문제의 연속이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못 한 젊은 분들을 상담해 보면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야만 거기에 또 새로운 완성(기제·旣濟)이 있다. 근데 우린 요즘 늘 자신의 인생이 기제(旣濟)이길 바란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미제의 연속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불안을 치료할 수 있다.
이밖에 양 원장은 인터뷰에서 최근 ‘현대 사회의 적’으로 불리는 '불안'과 ‘두려움’, ‘겸손과 교만’의 감정의 본질은 무엇인지, 정신의학과 주역의 해석을 넘나들며 풀이했다. 이 밖에 조금의 손해도 용납 못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피해의식’은 ‘손해’라는 감정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인터뷰 하편에서는 양 원장은 ‘실수에 대처하는 관용의 자세’는 무엇인지, 주역과 정신의학에선 ‘관용을 상실한 분노’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전했다. 그는 “분노는 자만심과 함께 간다”고 했다. 이 말의 속뜻은 뭘까. 분노는 대개 갈등에서 비롯된다. 크고 작은 갈등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주역과 서양 정신의학은 같은 해답을 내놨을까.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고독’과 ‘고립’이란 감정은 주역과 정신의학에서 어떻게 구별할까.
② 주역 대가가 말한 복 부르는 관상
얼굴은 마음을, 마음은 얼굴을 만든다
지난 50년간 주역(周易)을 연구한 한국 최고의 주역 학자 초운(草雲) 김승호 선생은 “주역의 원리가 사람의 관상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란 질문에 이런 말을 꺼냈다. 김 선생은 “자동차, 꽃과 마찬가지로 얼굴도 사람이란 형상(形相)의 결론이자 내면의 발현”이라며 “이런 모든 사물의 형상에 담긴 뜻을 밝히는 학문이 바로 주역”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얼굴은 하루 약 7만 번씩 움직인다고 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얼굴을 가진 이는 없다. 그래서 ‘관상은 타고난 것’이라고 한다. 다만 김 선생은 “관상에 드러난 운명은 우리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얼굴엔 어떤 식으로 운명의 서사가 쓰여 있고 이런 얼굴은 어떻게 가꿔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을까. 김 선생은 인터뷰에서 주역의 원리가 구체적으로 얼굴형과 얼굴 태도, 눈·코·입·귀에 담긴 관상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풀어냈다. 이목구비의 이상적인 위치와 모양은 어떨까. '부자'들의 이목구비에는 우리가 모르는 공통점이 따로 있는 걸까. 큰 코와 귀가 마냥 좋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일까. ‘매부리코’ ‘부처님 귀’ ‘주걱턱’ 등 사람마다 특징도 제각각이다. 관상학적으로 이런 특징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만약 나의 관상이 좋지 않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 선생은 인터뷰에서 겸손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다. '겸손'이란 태도는 관상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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