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기무사 부대원들에게 온라인 댓글부대 활동을 시킨 전직 이명박(MB) 정부 청와대 비서관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철균 전 국민소통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기영 전 뉴미디어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소속 피고인들은 국정 운영·홍보를 수행하는 공적 기관으로서 정당한 홍보활동을 할 것이란 큰 기대를 부여받는 지위에 있었는데도, 기무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중대하게 훼손했다”며 “정권 재창출 목적 범행으로, 신뢰를 크게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8년~ 2012년 MB정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기무사 소속 사이버 담당관 등에게 ▶SNS를 통해 특정 기사‧게시글을 퍼뜨리게 시키거나 ▶특정 의견을 담은 웹진을 민간단체가 만든 것처럼 꾸며 배포하게 하고 ▶SNS 모니터링 결과를 ‘일일 사이버 검색전’이란 이름으로 보고하게 한 의혹을 받았다. 또 이씨는 부대원들에게 당시 MB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다수 펴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녹취본도 작성해 보고하게 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검찰은 이같은 지시가 기무사 부대원들의 업무범위 밖이라고 판단해 두 사람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SNS를 통한 기사‧게시글 배포 지시, 웹진 배포 지시 등은 모두 “기무사 간부들과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해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인정했다. 다만 김씨의 ‘일일 사이버 보고 지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일부 리트윗 지시 등은 중복기소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씨의 ‘일일 사이버 보고 지시’와 ‘나꼼수 녹취 보고’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사건 발생 7년 뒤인 2019년 기소가 돼 2020년 재판을 시작했다. 기소 후에도 증거 채택 공방 및 코로나19 등으로 2021년까진 재판이 거의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