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진료 병원 1주새 14곳 줄어…의사들도 “급한 환자 못 받으니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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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요즘 근무 때마다 “속이 탄다”고 한다. 119의 응급환자 이송 문의 때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점점 늘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숨넘어가는 사람이야 당연히 일단 받아서 살리지만, 그다음 (배후)진료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며칠 전 밤에 장 파열로 출혈이 심한 상태로 실려 온 환자도 마취과 당직의가 다른 수술 중이어서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진 가운데,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전국 대형병원의 후속 진료 역량이 지난 일주일 사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증·응급질환 진료 역량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를 분석한 결과, 27개 중증·응급질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두 88곳이었다. 지난달 29일 102곳에서 일주일 만에 14곳 줄었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전인 평시(2월 첫째 주) 109곳과 비교하면 20%(21곳) 가까이 감소했다. 가장 크게 줄어든 분야는 성인 대상 기관지 응급내시경으로, 평시 109곳에서 진료가 가능했는데 현재(지난 5일 기준) 60곳에서만 가능하다. 일주일 전 100곳과 비교해 40% 급감했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27종 중증·응급질환 중 다수는 환자 발생 빈도가 높지 않아 모든 응급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진료가능 여부도 가변성이 있어, 추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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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응급실 인력난이 심해지자 군의관을 파견했지만, 이 역시 순조롭지 않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군의관 15명이 대형병원 5곳(이대 목동·강원대·세종 충남대·충북대·아주대병원)에 투입됐는데, 현재 이들 모두 기존 근무지로 복귀하거나 응급실이 아닌 곳에서 근무한다.

파견 군의관들이 응급실 근무에 따른 의료사고 부담감 등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파견인력 과실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2000만원까지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며 “병원의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단체보험에도 지난 6월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군의관의 응급실 근무 거부 대책으로 “징계 조치를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번복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서면으로 이렇게 답변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곧바로 “징계 조치 관련 복지부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자, 복지부는 다시 설명자료를 통해 징계 관련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을 바꿨다.

◆복귀 전공의 수련공백 석달 면제=정부는 병원을 떠났다가 지난달까지 복귀한 전공의의 경우 추가 수련 일부를 면제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근무지 이탈로 생긴 수련 공백 문제를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2~5일 이런 내용(안)을 공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공고 안에 따르면 레지던트는 추가 수련 3개월을 면제한다. 또 복귀 대신 지난 1일 시작한 하반기 모집에 응시한 전공의는 내년 1월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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