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5명 중 1명이 일터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을 물은 결과에 따르면 22.6%(226명)가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성희롱을 경험한 시점을 물어본 결과 '1년 이내'가 20.8%, '1~3년 이내'가 25.2%, '3~5년 이내'가 16.4%로 각각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260명) 중 14.2%가 '1년 이내'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늘어난 셈이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직장인 A씨는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동료 남성 직원에게 "나는 가슴과 엉덩이가 큰 여자가 이상형인데 누나는 내 이상형이 아니라 나랑 사귈 일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날 항의하자 해당 직원은 A씨에 관한 험담을 하기 시작했고, 이 일로 인해 A씨는 1년 넘게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직장인 B씨는 "과장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제 목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어제 격렬하게 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직장갑질119에 제보했다.
직장에서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15.1%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54.3%)이 성추행·성폭행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23.2%가 성범죄 피해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58.2%)과 비정규직(61.4%)이 남성(41.8%)과 정규직(45.6%)보다 높았다.
직장에서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0.6%(106명)였다. 이들에게 마지막 경험 시점을 묻자 '1년 이내'가 16%, '1~3년 이내'가 35.8%로 각각 나타났다.
직장 내에서 성범죄를 가장 많이 일삼은 건 '임원이 아닌 상급자'였다. 성희롱 가해자의 40.7%, 성추행·성폭행 가해자의 41.7%, 스토킹 가해자의 34.9%가 '임원이 아닌 상급자'였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1년 사이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법 제도가 마련되거나 개선되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젠더화된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장 문화의 성평등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