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 해치는 생활습관
고지방식 황반변성 위험 3배 높여
엎드려 자면 안압높여 녹내장 위험
작업 땐 고글 등 보호장비 꼭 써야
‘몸이 100냥이면 눈은 90냥’이라고 했다. 눈이 신체 건강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눈 건강이 나빠져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떨어지면 신체 활동이 위축되고 급격히 줄면서 건강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는 수순을 밟는다. 눈은 신체 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민한 기관이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핵심 기관 중 하나다. 하지만 평소 눈 건강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나빠진 후에야 챙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는 무심코 하는 눈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 숨어 있다.
육식 및 고지방 음식
고기는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지질이 문제다. 미국 버펄로대 연구에 따르면 ▶붉은 육류 ▶가공 육류 ▶튀긴 음식 ▶정제된 곡물▶고지방 유제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황반변성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결국 혈액 내 노폐물이 황반 부위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면서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황반변성이 일어나는 주원인인 망막색소상피의 콜레스테롤 침전물 생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엎드린 자세로 잠자기
엎드려서 자는 자세가 편한 사람이 있다. 이 자세가 눈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엎드려 자는 자세는 안압을 높이는 대표적인 습관이다. 심장보다 눈이 밑으로 내려가고 고개 각도에 따라 두경부 정맥이 눌리면서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안과 유정권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똑바로 누웠을 때 안압은 평균 16.2㎜Hg인 반면 엎드린 자세로 누웠을 땐 평균 19.4㎜Hg로 높았다. 녹내장 환자에게 물구나무 자세나 헬스장의 거꾸로 매달리는 기구 사용이 금지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높은 안압은 녹내장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안압은 1㎜Hg만 낮아도 녹내장 진행 속도가 10% 늦춰진다고 알려져 있다.
잠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
많은 사람이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면서 잠을 청한다. 주위는 어둡고 스마트폰 화면의 빛이 직접 눈에 들어온다. 이 중 청색 계열 파장(380~500㎚)의 빛인 블루라이트(청색광)가 문제다. 블루라이트를 불면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켜 각성 작용을 한다. 하지만 눈에 직접 미치는 악영향은 따로 있다. 안구 표면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즉 세포 독성으로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데 이 영향은 각막뿐 아니라 망막색소상피세포까지 미친다. 장기간 지속하면 황반변성 유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력에 대한 무관심
우리는 생각보다 시력 변화에 무감각하다. 시력이 좀 떨어지거나 시야가 좀 좁아져도 변화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각막·동공·홍채·수정체·망막 등 안구 조직에 상처나 염증이 생기면 시신경이 손상되거나 시력, 시야에 문제가 생긴다. 실명을 초래하는 황반변성·녹내장 같은 치명적인 질환이라도 이상을 초기에 자각하기는 어렵다. 안압이 올라가서 시야가 좁아져도 지나치기 쉽다. 충혈 등 외적으로 보이는 변화에만 민감하다. 따라서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영유아라도 마찬가지다. 증상이 생겨도 말로 잘 표현하지 않아 뒤늦게 질환이나 장애를 알게 될 수 있다.
콘택트렌즈 낀 채로 자기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눈에 렌즈를 낀 채 잠자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몇 번 해보니 괜찮다고 생각해 습관이 돼버린 경우다. 콘택트렌즈를 끼고 잠을 자는 것이 습관화하면 심각한 렌즈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눈이 엄청 아프고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각막 혼탁이 생길 수 있다. 염증이 생기는 것을 넘어 세균에 감염되면 더욱 심각해진다. 세균에 감염되면 항생제로 조절하게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웬만한 항생제로 감염이 컨트롤되지 않고 환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그러면 감염이 계속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구를 적출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귀찮고 불편해서…보호구 미착용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구를 보호하는 장비 사용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용접 마스크나 보안경, 안전 고글이 대표적이다. 용접 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강한 빛이 각막을 손상해 각막염을 유발한다. 물리적인 손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망치질 시 파편이 튀어 눈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위해 제초기를 사용하는데, 잘못하면 돌이나 흙이 튀어 눈에 들어갈 수 있다. 밤을 딸 때도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구 손상은 대부분 ‘설마’에서 시작한다.
도움말=신영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안과 교수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