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100만 시대…"양치질-세수, 이런게 정말 중요하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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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성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는 한국인이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다. 뇌 인지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독립적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결국 누군가 이들을 돌보는 간병을 담당하게 된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치매 환자 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치매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추정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상을 유지하는 능력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한 배경이다. 치매 극복의 날(9월 21일)을 계기로 대한치매학회 최성혜(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사장에게 일상 수행 생활 능력을 유지하는 치매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mi@joongang.co.kr

최성혜 이사장은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오감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최성혜 이사장은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오감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치매 진단을 받으면 여전히 숨기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병을 숨길수록 더 빠르게 나빠진다. 치매는 뇌 인지 기능이 떨어져 스스로 어떤 일을 판단·수행하기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다. 외출했다가 길을 잃고 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치매라는 질병 자체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가족을 괴롭히는 병이란 부정적인 편견 대신 함께 생활하면서 동행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치매와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독립적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밥 먹기, 옷 입기, 세수·양치하기 같은 기본적인 일상조차 수행하지 못하면 옆에서 돌보는 보호자의 삶의 질도 함께 떨어진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국가·가족의 부담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걱정스럽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떨어지면 돌발 행동으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치매 중증도를 낮추려면 남아 있는 뇌세포를 자극해 증상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돕는 인지 중재 치료가 필수다. 대한치매학회에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를 강조하는 일상예찬 캠페인을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하는 이유다. 올해도 서울·경기도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모집한 치매 환자와 보호자 200여 명이 일상예찬 캠페인에 참여했다.”

-올해 일상예찬 캠페인은 어떻게 이뤄졌나.

“치매는 일상에서 오감을 통해 뇌를 지속해서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치매학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과 10년째 매년 미술을 활용한 인지 중재 치료를 진행하는 배경이다.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으로 외출이 힘든 치매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올해는 ‘일상예찬_함께 만드는 미술관’을 주제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인지 중재 치료를 지원했다. 올림픽공원, 대전엑스포공원, 선유도공원 등의 조경을 담당했던 정영선 조경가가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주제로 진행한 전시를 보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야외 공원에 직접 조성한 정원을 걷고 화분에 씨앗을 심으면서 과거 기억을 되짚으며 대화한다. 그 자체가 오감을 자극하는 인지 자극 치료다. 뇌의 예비 용량(Connitive reserve)을 늘려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한치매학회는 일상예찬 캠페인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을 토대로 치매 환자를 위한 미술관 교육 콘텐트도 개발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유튜브 ‘기억을 부탁해’라는 채널로 집에서 실천하기 좋은 운동법도 소개하려고 한다.”

대한치매학회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10년째 미술을 활용한 인지 중재 치료인 일상예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10년째 미술을 활용한 인지 중재 치료인 일상예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치매는 초기에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현재의 치매 치료 목표도 증상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이다. 진행 속도를 늦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 물론 레켐비·키순라 등 치매 신약이 계속 출시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임상 연구에서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인지 장애 악화를 27%, 키순라는 35% 늦춘다. 그런데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뇌 인지 기능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경도 인지장애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도 인지장애 단계부터 예방적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경도 인지장애는 뇌에서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뇌 인지 기능 감퇴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은 독립적인 판단·생활은 가능하다. 치매로도 분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뇌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범위가 달라진다. 참고로 65세 이상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의 10~15%는 치매로 진행한다. 정상 노인의 매년 치매 진행 비율은 1~2%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10배나 높다. 병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빠른 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치매 예방을 위해 실천해야 할 것은 없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만성질환을 더 철저히 관리하고, 땀이 날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지인과 만나 대화하면서 사회 활동을 지속하고, 술·담배는 줄이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오늘 날짜가 며칠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줄로 매일 일기 쓰는 것도 좋다. 뇌 활성도를 높여 치매 진행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를 꾸준히 잘 실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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