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밤 산속 실종 노인 찾아냈다…와이파이 똑똑한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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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시범 보급된 정밀탐색기의 모습. 중랑경찰서 제공

경찰에 시범 보급된 정밀탐색기의 모습. 중랑경찰서 제공

지난달 29일 밤 10시. 서울 중랑구에 사는 A(72)씨가 망우산에 올랐다가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A씨의 가족들은 “오후 5시쯤 곧 하산할 것이라며 전화를 했는데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새벽 3시가 가까워질 무렵, 망우산 계곡 인근에서 기진맥진한 채 앉아 있는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당뇨가 있는 A씨는 날이 갑자기 어두워진 상황에 산속이라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자 망연자실한 상황이었다.

A씨를 발견한 건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박승우(38) 경장이다. 박 경장은 최근 서울 지역 경찰서에 보급된 ‘정밀탐색기’ 덕분에 A씨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박 경장은 “수색 도중 정밀탐색기 신호 강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구간이 발견돼 다가 가보니 요구조자가 보였다”며 “밤 시간대 산 수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주위가 깜깜해서 수색 대상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데, 정밀탐색기 신호를 통해 빠르게 수색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사례는 서울 지역에서 정밀탐색기를 통해 조난된 이를 구출한 첫 사례다.

정밀탐색기를 착용한 경찰이 정밀탐색기와 연결된 휴대폰 어플로 신고자 위치를 파악 중이다. 경찰청 제공.

정밀탐색기를 착용한 경찰이 정밀탐색기와 연결된 휴대폰 어플로 신고자 위치를 파악 중이다. 경찰청 제공.

정밀탐색기는 2021년 현장 경찰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연구 개발된 이동형 와이파이(Wi-Fi) 송신기다. 와이파이 신호 강도에 따라 주변을 수색하는 방식이다. 1~20까지 신호 강도 중 20에 가까울수록 수색 대상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신호강도 레벨 8 이상의 값이 잡히면 대상이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지도 기반 모바일 앱을 통해 무선신호의 위치를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기술까지 구현해 수색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휴대폰을 지닌 대상이라면 수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도도 높다는 게 경찰 내부 평가다.

상황실 관제시스템에서 상황을 지휘하는 모습. 정밀탐지기를 통해서 요구조자의 위치가 파악되면 수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중랑경찰서 제공.

상황실 관제시스템에서 상황을 지휘하는 모습. 정밀탐지기를 통해서 요구조자의 위치가 파악되면 수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중랑경찰서 제공.

경찰은 정밀탐색기가 다세대 주택가나 숙박시설처럼 수색 대상의 위치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용마지구대 관할에서 밤 12시 넘은 시간 다세대 주택에서 요구조자가 발생했는데, 이때도 정밀탐색기가 사용됐다.

서울 중랑경찰서 이규탁 범죄예방대응과장은 “밤늦은 시간이라 현실적으로 주민들을 모두 탐문하기 어려웠는데 정밀탐색기 덕분에 탐문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며 “중랑경찰서에서 선제적으로 교육을 실시한 덕분에 기기를 활용한 성과가 연달아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정밀탐색기의 시범운영 및 1차 실증과정을 마친 상태로, 2차 실증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정밀탐색기는 올해 9월까지 서울 지역 경찰서에 보급된 후 보완 및 효과성 검증 단계를 거쳐 내년부터 전국 경찰로 확대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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