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갈라 3㎏ 물혹 꺼냈다, 박태준 유서 찢으며 한 말

  • 카드 발행 일시2024.09.05

쇳물은 멈추지 않는다

쇳물은 멈추지 않는다를 내 관심에도 추가해드렸어요.

YS 피해 ‘망명’ 간 도쿄… 내 몸에 혹이 자라고 있었다

2000년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박지원(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필자(오른쪽). 중앙포토

2000년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박지원(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필자(오른쪽). 중앙포토

YS를 피해 1993년 3월 빈손으로 일본에 내렸을 때, 세지마 류조(瀬島龍三·1911~2007)가 나를 맞아주었다. 나보다 십수 년 연상인 그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읽힌 ‘불모지대’란 소설의 실제 주인공이다. 일본 대본영(大本營) 참모이자 만주 관동군에서 활동하던 그는 러시아군에 잡혀 시베리아에서 10년 유형생활을 했다. 그 뒤 건강하게 귀환해 일본의 종합상사를 이끈 발군의 경제인이자 막후에서 일본의 최고 전략가로 활동해 왔다. 그런 세지마가 맨 먼저 나를 도쿄여대 부속 아오야마병원에 입원시켰다.

폐 밑에서 종양이 찍혔다. 내 몸속에 종양이 있는 것을 처음 안 것은 1980년. 제2제철소 건설을 앞두고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처음으로 종합검진을 받았을 때였다. 그놈이 아오야마병원 검진에서 직경 9㎝가 넘게 자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포항과 서울에서는 내가 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2년 뒤인 95년 3월, 나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독한 감기에 걸렸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늙은 의사가 “옛 전우를 만났다”며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었지만 증상이 악화됐다. 결국 뉴욕 코넬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각혈이 계속됐다. 살아나려면 폐에 가득 찬 피를 내 힘으로 다 뱉어내든지, 아니면 기계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