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공포 확산하는데…내년 예산 줄고 인력·권한도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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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 인력과 예산, 권한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딥페이크 합성물 등 허위영상물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1~7월 사이 297건이 발생해 지난 한 해보다 65% 이상 급증했다. 게다가 경찰이 집중 단속을 시작한 지난달 26~30일 단 5일만에 딥페이크 범죄 신고가 118건 접수됐다. 이 중 피의자를 특정한 33명 중 31명(93.9%), 검거한 7명 중 6명(85.7%)이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반면에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관련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큰 폭으로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 대응 예산’은 8억4100만원으로 올해(12억2800만원)보다 31.5% 감액됐다. 구체적으로 관련 인력 운영비는 올해 4억9400만원에서 내년 2억9400만원으로 40.5% 줄었다.

디지털 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6.5%(9억5000여만원) 줄어든 137억3500만원으로 편성됐다. 디성센터는 딥페이크를 비롯한 성착취물을 신고받고, 삭제하는 업무 등을 맡는다.

올해 디성센터의 직원은 총 39명(정규직 31명·기간제 직원 8명)으로 4년째 같은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디성센터에 접수된 불법 촬영물 삭제요청 건수는 15만6000여건에서 24만3000여건으로 156%나 증가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지원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인력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ㆍ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ㆍ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사이버성폭력 수사팀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5일 기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범죄 전담 수사팀 인력은 131명(26개 팀)에 불과했다. 각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2018년 12월부터 사이버성폭력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꾸려졌다.

수사팀 인력은 2019년과 비교했을 때 99명→131명으로 32명 증가했다. 하지만 그중 20명(62.5%)은 서울과 경기남부·북부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세종, 강원 등에서는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9년 9430건에서 2023년 2만127건으로 두 배로 급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이버성폭력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지역별 발생 추이를 살피고 그에 맞춰 증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텔레그램 등 플랫폼 규제에도 한계가 있다. 2021년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내 연 매출 10억원 이상, 일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관리·감독하고 조치할 책임을 부여했다. 이를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차등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인 텔레그램은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 법인이나 대리인이 없어 벌칙을 적용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개인 간 사적 대화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라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방통위의 기존 판단이었다.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그래픽 이미지. 정근영 디자이너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그래픽 이미지.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주로 유통되는 텔레그램을 제재할 실효성 있는 ‘원포인트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 사이버특별보좌관인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텔레그램이 한국에 대리인을 둬 접촉 창구를 만들도록 강제하고, 마약 수사처럼 ‘언더커버 수사(위장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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