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반도체 중 핵심 제품인 이미지센서를 직접 생산한다. 그동안은 삼성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맡겼는데, 위탁 과정을 없애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CIS 시장 세계 1위인 소니를 더 바짝 추격하기 위해서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시스템LSI사업부 내에 센서사업팀을 신설, 기존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하던 CMOS이미지센서(CIS)제조를 센서사업팀으로 이관했다. 수장은 이제석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이 맡았으며, 파운드리 사업부에 있던 제조인원 200여명의 소속도 이 팀으로 옮겼다.
이미지센서, 삼성이 직접 만든다
시스템LSI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CIS·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DDI)·전력반도체(PMIC) 등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중 엑시노트 같은 AP와 카메라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CIS가 주력이다. 시스템LSI에서 설계하면 이를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전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파운드리 생산시 CIS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시스템LSI 내부 진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 물량을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에 맡기며 원가 절감을 시도했지만, 좀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내부의 조직 체계를 개편하는 묘수를 둔 것이다. 기존 삼성 파운드리 라인을 그대로 쓰지만, 시스템LSI가 직접 관리해 위탁 과정을 생략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에 위탁하면 이미지센서 생산 원가도 다른 AP나 3·4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등 최첨단 반도체와 묶여 비싸졌는데, 이를 해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시장, 1위 소니 잡자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드론·의료기기 등으로 활용 분야가 늘어나고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228억5000만달러(약 3조5700억원)규모인 이 시장은 2029년 322억2000만달러(약 43조110억원)까지 5년간 41%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 1위는 소니(점유율 45%)로, 2위인 삼성전자(19%)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고화소 센서 부문을 강화하는 등의 전략으로 소니를 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LSI 아래 CIS화질랩도 구축했다.
삼성 시스템LSI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권형석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스템LSI는 2분기에 주요 부품 공급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으며,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2026년부터 애플 아이폰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의 매출은 다소 타격을 입게 됐다. 엑시노스 같은 자체 AP와 이미지센서 등 내부 물량을 포함해 매출을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 2분기 38억33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해 점유율 11.5%로, 대만 TSMC(62.3%)에 이은 2위를 차지했으며 3위인 중국의 SMIC와의 격차는 5.8%포인트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로서는 이미지센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일 것”이라며 “삼성 파운드리는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