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엿 먹어” 저커버그 분노…격렬해진 AI 오픈소스 전쟁

  • 카드 발행 일시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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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Topic
격렬해지는 오픈 vs 폐쇄 AI 전쟁

“어느 순간 ‘아니, 엿이나 먹어’라고 생각했어요.”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스 CEO)
“방금 삐- 소리가 나면서 방송 기회가 날아갔네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지난 7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학회 ‘시그래프’. 저커버그의 ‘F-bomb’(F로 시작하는 영어 욕설)이 화제가 됐다. 공개석상에서 욕설할 정도로 그를 화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폐쇄형 플랫폼.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로 성공했기에 옳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 세대엔 오픈 생태계가 승리할 것”이라는 게 저커버그의 주장이다.

잠깐, 그런데 AI 자타 공인 1등 오픈AI는 폐쇄형 AI 모델을 운영 중이지 않나. AI 패권 경쟁이 오픈AI의 승리로 끝날 것만 같지만, 알고 보면 AI계 ‘폐쇄 vs 오픈’ 생태계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0일 엔비디아·애플의 오픈AI 투자 참여 소식을 전하면서도 “오픈소스 모델이 급증하면서 오픈AI에 대한 위협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7일 LG가 처음으로 자체 AI 모델 ‘엑사원’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저커버그의 예언대로 AI 시대 오픈 생태계는 대역전극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목차

1. 오픈 vs 폐쇄, 그 오래된 싸움
2. 오픈소스, AI 시대엔 뭐가 달라?
3. 오픈소스 생태계의 거주자들
4. 최후의 승자, 누가 될 것인가

이가영 디자이너

이가영 디자이너

1. 오픈 vs 폐쇄, 그 오래된 싸움

상상해 보자. 요리사인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누구나 만족할 만한 음식을 개발했다. 조리 노하우인 레시피를 공개할 것인가? 오픈과 폐쇄, 여기서 나뉜다.

오픈소스가 뭐야: 넓은 의미에서 다양한 창작물이나 기술, 데이터 등을 개방된 형태로 대중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소프트웨어에 적용되는데, 정식 명칭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저작권자가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복제·배포·수정·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것(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오픈소스SW 라이선스 가이드’). 여기서 핵심은 자유로운 배포와 소스코드의 공개다.

왜 공개해: “지식과 정보는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공개해야 한다.” 미국 프로그래머 리처드 스톨만이 1985년 오픈소스의 시초 격인 ‘프리 소프트웨어 재단’(FSF)을 설립하며 한 말이다. 오픈소스 개념은 이처럼 소프트웨어를 사유화하지 않고 공유와 협력 기반으로 경쟁 환경을 균등하게 만들고, 개발 생태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했다. 그것이 진정한 기술혁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컴퓨터 운영체제(OS) 리눅스는 오픈소스를 통해 개발 생태계를 활성화한 대표적 사례. 성능과 보안이 뛰어난 폐쇄형 OS인 유닉스 위주 시장에서 개방형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워 갔고, 우분투·레드햇·데비안 등 다른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다양한 리눅스 배포판이 생겨났다.

메타는 오픈소스 LLM '라마' 시리즈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타는 오픈소스 LLM '라마' 시리즈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폐쇄형 잡는 필살기?: 그러나 이윤 추구가 1순위인 기업이 대의명분만을 이유로 소중한 지식재산(IP)을 다 퍼주진 않을 터. 오픈소스는 접근성이 높은 만큼 더 많은 이용자가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즉, 후발주자 입장에선 이미 선발주자 위주로 형성된 생태계에 뒤늦게 진입해도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 세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초창기 오픈소스의 순수한 정신도 남아있겠지만, 자본 및 시장지배력이 있는 큰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신속하게 기존 생태계를 따라잡으려는, 소위 폐쇄형 대응 전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날의 검, 접근성: 높은 접근성이라는 장점은 역으로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보안에 취약하고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기술) 음란물 등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생성AI 모델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을 일례로 들 수 있다. 책임 소재 역시 문제될 수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해 9월  ‘AI인사이트포럼’에서 오픈소스가 잘못된 정보와 유해한 자료를 퍼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쇄형 모델을 개발하는 측에선 안전성과 보안성, 품질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