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에 버려진 시인의 죽음…“홀로 죽어간다” 마지막 고백

  • 카드 발행 일시2024.09.03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를 내 관심에도 추가해드렸어요.

“나 사는 게 바빠 나조차 돌보지 못하고
 삶의 무게를 몰라 가족을 가벼이 여겼다.
 아무리 뒤 돌아보아도 함께였던 적이 없으니
 여전히 홀로 죽어 간다.”

60대 중반 남성의 집에서 발견된 메모였다.
집 안엔 참 많은 책이 있었다. 대부분 시집이었다.
아마도 저 메모는 ‘시’였으리라.
후회가 가득 담겼다.
직접 지은 걸까.

집 안은 꼭 필요한 물건들만 있었고, 정리정돈도 잘 돼 있었다.
서랍 깊숙한 곳에 가족사진을 넣어뒀다.
어디 걸어놓지 않고 감춰둔 가족사진.

고인은 다소 무뚝뚝한 표정, 아내와 나란히 의자에 앉았고
누이인 듯한 딸과 작은 아들이 뒤로 나란히 섰다.
가족사진이라기엔 모두 경직돼 보였다.

가족사진과 함께 간직해 둔 것은 ‘공로상’이었다.
오랫동안 다닌 회사로부터 받은 상.
성실함을 인정해 공로상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5년 전이었다.

누군가의 명령 아래
한 가족이 ‘피사체’로 소집된 듯한 이질적 느낌의 가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