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복지포인트’.
지난 7월 결렬된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회사의 교섭에서 마지막 걸림돌은 복지포인트, 일명 ‘복포’였다. 당초 ‘무노동 무임금’을 파업 원칙으로 걸었던 노조가 막상 24일간 파업으로 월급이 쪼그라들자, 업무 복귀의 조건으로 회사 측에 복포 지급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못 받은 월급 대신 복포, ‘꿩 대신 닭’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것.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포스코·SK하이닉스·대한항공·삼성SDI 등의 노조 임금 협상 과정에도 복포 얘기가 나온다. 메인 요리는 아니지만 대기업 임단협 테이블에 단골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복포는 최근 과세 대상이냐 아니냐를 놓고도 논란이다. 근로소득세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월급(임금)은 아니라는데…. 임금인 듯, 임금 아닌, 임금 같은 복포에 대해 알아보자.
목차
1. 천차만별 복포의 세계
2. 제2의 월급, 난 이렇게 쓴다
3. 현금 100만원? 복포 100만원?
4. ’복포=급여’ 과세 논란
1. 천차만별 복포의 세계
▶우리 회사 복포는 얼마?
복지포인트는 주로 대기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현금성 복지 혜택이다. 포인트를 쓸 수 있는 별도 쇼핑몰이 있지만 그 외에 오프라인 사용처도 무궁무진하다. 액수는 기업별로 천차만별.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72곳 회사의 연간 복지포인트 순위를 나열한 글이 화제였다. 가장 많은 곳은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사 ‘빗썸’으로, 항목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복포를 연간 84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쌀집 vs 수원갈빗집
삼성전자 직원들의 복지는 SK하이닉스와 자주 비교된다. 복포도 피해 갈 수 없다. 일명 수원갈빗집으로도 불리는 삼성전자는 임직원을 위한 복지포털 쇼핑몰(블루베리)에서 쓸 수 있는 100만 포인트를 매년 3월 지급한다. 창립기념일에 10만 포인트(패밀리넷 사용)를 추가로 준다. 창립기념일 휴무를 없앤 대신 복포로 바뀌었다. 반도체(DS) 부문은 ‘DS 여가 포인트’란 100만 포인트를 별도로 얹어줄 때도 있다. 업황이 좋을 때 보너스 대신 주는 식이다. 2019년·2020년·2022년에만 지급됐다.
‘이천쌀집’ SK하이닉스는 복포를 더 후하게 준다. 삼성전자의 배 수준. 기본이 200만 포인트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별도로 식료품 구매 사이트(자연이랑) 전용으로 30만 포인트를 지급하니, 총 230만원 상당. LG전자는 140만 포인트, 현대차는 100만 포인트를 준다. 현대차는 5일 이상 휴가 시 추가로 30만 포인트를 준다. 상·하반기 1회씩이다. 포스코는 129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미혼자 복포, 웹툰 복포도
같은 그룹이라도 계열사에 따라 복포 여부나 규모에 차이가 있다. 가령, SKT는 SK하이닉스보다 100만 포인트 더 많은 300만 포인트를 준다. 미혼이라면 300만 포인트를 또 추가해 600만원 상당이다. 어린이집, 가족 캠프 등 기혼 대상 복지 혜택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미혼 직원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의견에 따라 미혼자 복포가 생겼다. SK이노베이션은 여행 사이트 여기어때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네이버웹툰은 복지포인트를 1개당 100~120원 가치를 지니는 쿠키로 지급한다. 쿠키는 주로 웹툰과 웹소설 볼 때 쓰는데 미리 보기는 최소 1개에서 5, 6개를 사용한다. 매달 100개를 지급해 1년이면 쿠키가 1200개, 약 12만원 상당이다.
2. 제2의 월급, 난 이렇게 쓴다
제2의 월급 같은 복포, 알뜰하게 쓰는 비법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