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남해군과 통영시가 서로 다투던 해수면 경계를 헌법재판소가 2년 만에 선을 그어 정해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인도를 포함한 관할 섬 사이 절반 지점을 이어 그은 선을 경계로 삼는다”고 남해군과 통영시 사이 해상 경계를 획정했다.
이 사건은 통영 앞바다에서 ‘욕지도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던 업체가 발전기 설치 등을 위해 허가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통영시가 업체에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 처분을 내주면서 불거진 해상경계 논쟁이다. 당시 남해군은 ‘새우조망어업구역은 우리 해역인데 신청한 그 위치는 새우어업구역은 아니고 해상경계가 획정된 적이 없다’고 회신했다. 남해군은 “저긴 아직 해상경계가 획정된 적이 없고, 우리 소관 무인도 인근이라 통영군이 허가를 내준 건 장래 우리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지역에서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론을 짓지 못해 결국 헌재까지 오게 됐다.
지상에선 지역간 경계선이 명확히 정해져있는 반면, 해수면은 법으로 지역간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구역이 다수 있다. 해상 경계를 따지는 원칙은 ①법으로 명시된 경계가 있는지 ②관습법 또는 판례 등으로 정해진 경계가 있는지 따져본 후, 둘 다 없을 경우 ③형평의 원칙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정하게 되어 있다.
관건은 두 지역 경계 인근에 있는 무인도, ‘구돌서’를 어떻게 볼 지였다. 남해군은 “구돌서 주변의 어업 구역은 일 년 내내 조업을 하는 황금어장이고, 구돌서 등대 불빛에 의지해 어업활동을 하는 등 무인도지만 중요한 지점이라 해상경계를 획정할 때 이 섬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통영시는 “구돌서는 매우 면적이 작은 무인도로 남해군 육지 또는 다른 섬과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배제하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기존에 구돌서 서쪽에 그어진 일직선에 가까운 해상경계를 인정하고, 그에 더해 구돌서 주변 동쪽으로도 남해군 수역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남해군 구돌서’와 ‘통영시 두미도‧욕지도‧갈도‧상노대도‧하노대도’ 사이를 연결한 선의 1/2 지점을 연결한 선이 두 지자체의 해상경계가 된다고 결정했다.
다만 재판관 4인은 “무인도인 구돌서를 포함하는 건 합당하지만 유인도와 가중치를 둬 1:3의 비중으로 해상경계를 긋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돌서 인근에서 남해시 소속 어민들의 어업활동도 활발하고, 문제가 된 해역 남쪽에 위치한 ‘갈도’가 1973년 남해시로 편입되면서 그 주변 해역도 남해시로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는 취지다. 그에 따라 4인 재판관은 법정 의견과 조금 다르게, 구돌서 인근 좁은 범위만 통영군의 관할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해상 경계가 획정되면서 이 지역에 해상풍력단지를 추진하려던 업체의 허가 등 절차가 앞으로 더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 주민들은 어업 활동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해상풍력단지를 반대하고 있어 실제 풍력단지가 지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