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도파민 부족으로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으면 도파민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부작용 없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뇌 안에 도파민이 부족했던 환자가 도파민을 보충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떨림도 없어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지면서 무엇보다 기운이 생겨 환자가 삶의 활력을 다시 느끼게 된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진행되는 병이다. 처음에는 잘 듣던 도파민 약의 효과가 이전과 같지 않게 된다. 약을 복용한 지 약 5년이 지나면 대부분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 게다가 약의 부작용은 커진다. 환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드는 ‘이상운동증상’이 나타난다. 또 눈에 헛것이 보이거나 귀에서 이상한 환청이 들리는 정신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머리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전기침을 넣는 뇌심부자극술로 이뤄진다. 전기침은 파킨슨병 증상과 관련 있는 뇌의 특정 위치에 놓으며, 전기적 자극을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원리다. 즉 도파민 약을 전기적 자극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오랜 기간 약에 의존하다가 너무 늦게 뇌심부자극술을 알게 된다. 파킨슨병도 수술로 부작용 없이 증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치료적 선택지로서 뇌심부 자극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게다가 뇌심부자극술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일수록 예후가 좋다.
뇌심부자극술은 떨림, 경직, 서동증(몸과 행동이 느려짐) 같은 파킨슨병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도파민 약의 부작용과 내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수술은 필요시 자극을 중단하거나 장치를 제거함으로써 수술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인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일부 의료진을 중심으로 파킨슨병 진단 후 3년이 지나면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파킨슨병 약의 부작용이 심해지거나 약효가 현저히 감소한 후기 파킨슨병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권유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 속 파킨슨병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