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숫자를 들어가며 ‘경제 낙관론’을 펼쳤다. 이날 대통령은 성과를 위주로 빛을 강조했지만, 이면에 감춰진 그늘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지표도 나오고 있어서다.
먼저 한 해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경기가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다. 국가 간 경제성장률을 비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기저효과(base effect)’다. 직전 해 성장률이 낮았던 나라일수록 올해 성장률이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7월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2.5%)가 주요 선진국 중 미국(2.6%)에 이어 2위인 건 맞다. 다만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였다. 2020년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미국(2.5%)은 물론 호주(2.0%), 일본(1.9%)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평균(1.7%)에 비해 낮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간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려면 연도별 성장률보다 기준연도부터 수년간 누적한 성장률을 비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분석한 결과 2021~2023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0%다. OECD 31개국 평균 성장률(4.7%)에 못 미쳤다.
두번째는 가계 빚 관리 성과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후반이었는데 우리 정부가 90%대 초반으로 관리했다"며 "가계부채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지표는 한은이 지난 6월 GDP 산출 기준연도를 개편하며 분모(GDP)가 커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편에 따라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0.4%에서 93.5%로 내려갔다.
가계부채는 최근 집값 불안과 맞물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896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2분기에만 13조8000억 원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가 적정 관리 수준 범위를 벗어났다”고 우려했다. 올해 2분기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 가구’ 비율은 23.9%다. 1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었다. 2021년 2분기(24.4%)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마지막으로 경제 성장을 이끄는 수출은 순항하고 있다는 진단은 맞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역대 3번째 규모로 크다. 다만 전체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영향을 받았다.
문제는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를 진단할 때 쓰는 소매판매가 2분기에 1년 전보다 2.9% 줄었다. 9분기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크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총괄은 “수출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해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국정 책임자가 낙관론을 펼치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좋은 경제 지표만 추려 부각하면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 경제 부처가 정책 대응에 실기(失期)할 우려도 커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와 내수 침체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냉철한 현실 진단이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