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연주자도 악보 잊고 헤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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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호 23면

피아니스트를 위하여
김주영 지음
북커스

루빈스타인, 호로비츠, 리흐테르, 미켈란젤리, 굴드. 음악 애호가들은 전설로 기억하고, 음악가들은 추앙하는 20세기의 피아니스트들이다. 이 책은 이런 이름들을 소환해 각각의 스타일을 분석해준다.

피아니스트 15명에 대한 글에는 모두 개인적인 서두가 있다. 오랫동안 피아노를 연주하고 학생을 길렀던 저자는 러시아 유학 시절 선생님과의 대화, 음악과 삶에 대한 단상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연주를 망친 한 학생에게 친구들은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1915~97)의 일화를 들려줬다 한다.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상징이던 리흐테르도 베토벤 연주에서 악보를 잊고 헤맸다고 말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열광적 음악 매니어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리흐테르의 연주는 어떻게 전설이 됐을까. 저자는 그의 베토벤 소나타 ‘열정’ 연주를 예로 든다. ‘음표가 없는 순간조차 듣는 이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빈틈없고 놀라운 피아니스트들의 시대인 요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로 시작해 글렌 굴드(1932~82)로 끝나는 20세기의 위대함에 집중하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음악을 모아 놓은 플레이리스트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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