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뼛속 피떡 만들었다…20대 덮치는 ‘허벅지뼈 괴사’

  • 카드 발행 일시2024.08.29

살아낸 환자, 살려낸 의사

살아낸 환자, 살려낸 의사를 내 관심에도 추가해드렸어요.

길을 가다 넘어졌다가 23년 짝다리로 살아온 사나이.
정순홍(47)씨의 기구한 삶이다. 정씨는 2000년 길을 가다가 발을 헛디뎌 자빠졌다. 오른쪽 허벅지 뼈(대퇴골)가 부러졌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뼈이다. 위쪽 끝에 머리 부위(대퇴골두), 바로 아래에 목(대퇴 경부)이 있다. 이 목 부분이 부러졌다. 정형외과에서 나사못으로 고정했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정씨의 불행은 이듬해 시작됐다. 나사못으로 고정했지만 대퇴골두로 피가 흐르지 않았다. 뼛속 혈관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피가 끊기자 골두가 죽기 시작했다. 의학 용어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였다. 골두가 죽자 골반 뼈와 골두를 연결하는 고관절에 탈이 났다.

허벅지뼈 골두 무혈성 괴사증으로 23년 고통을 받아 온 정순홍씨가 구경회 제일정형외과병원 K관절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겸직교수)과 함께 걷고 있다. 정씨는 구 교수의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고 잃어버린 다리 3cm를 되찾았다. 김경록 기자

허벅지뼈 골두 무혈성 괴사증으로 23년 고통을 받아 온 정순홍씨가 구경회 제일정형외과병원 K관절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겸직교수)과 함께 걷고 있다. 정씨는 구 교수의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고 잃어버린 다리 3cm를 되찾았다. 김경록 기자

낙상 그리고 23년의 짝다리 고통 

고관절이 굳어져 관절의 역할을 못했다. 사타구니 통증이 시작됐다. 또 골반이 왼쪽으로 기울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척추 통증도 시작됐다. 급기야 오른쪽 다리가 3㎝ 짧아졌다. 졸지에 절름발이가 됐다. 골반이 비틀어지고 신체가 뒤틀리자 자신감을 잃었다. ‘집콕’ 인생이 됐다. 원래 수술한 의사는 “나이가 젊으니 수술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대신 오른쪽 신발에 3㎝ 높이의 굽을 댔다. 허리·골반 통증은 진통제로 버텼다. 그렇게 정씨의 청춘이 지나갔다.

어머니 최필자(76)씨의 속이 시꺼멓게 탔다. 최씨는 “기가 죽고 몸이 기울어진 아들을 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한다. 집 밖으로 안 나가니 살이 쪄 고관절을 더 악화시켰다. 더는 못 걸을까 두려워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 점심만 밥을 먹었고, 저녁에는 달걀과 우유로 때웠다. 정씨는 “수술할 때가 안 됐다고 해서 참고 살았다”고 말한다.

정씨는 아파도 내색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더 힘들어 할까 봐. 아주 아프면 얼음찜질로 버텼다. 어머니는 아들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편의점을 차렸다. 정씨에게 직장 일을 하는 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정씨는 사회로 내딛지 못했다.

구세주를 만나 잃어버린 다리 3㎝를 찾다

어머니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구세주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제일정형외과병원 구경회 K관절센터장이자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겸직교수다. 구 교수는 인공 고관절 수술이라는 해답을 제시했고. 지난 8일 수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