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1·2심 모두 유죄를 인정했지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1심보다는 형량은 다소 낮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부장 이훈재·양지정·엄철)는 27일 오후 정 실장에게 “허위 사실을 게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면서도 “다만 항소심에 이르러 최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실장은 2017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싸움 끝에 아내 권양숙 여사는 가출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졌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23일 전날 밤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여사가 가출한 사실이 없고, 노 전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명예훼손 및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를 받았다.
法 “노무현 공인이지만 사적 영역, 악의적 공격”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정 실장의 글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 맞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 전 실장의 글이 의혹이라 하더라도 구체적 근거를 대지 못했고, 소문 또는 풍문을 넘어 ‘검사가 탄핵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띤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단순히 사실을 다소 과장한 글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정 실장이 글에 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나 합리적인 근거자료 제시 없이, 최소한 미필적인 고의로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도 했다.
정 실장이 공공의 이익이 아닌 비방 목적으로 글을 쓴 점도 인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이긴 하지만, 게시글 내용은 “순수한 사적인 내용 또는 공적 인물 관심사에 대한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공격”이라는 이유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보다 피해자들의 명예를 보호할 인격권이 우선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다만 1심에서 선고한 ‘징역 6개월’의 실형은 다소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반적인 내용과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및 경력,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면서도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자진 삭제한 점, 항소심에 이르러 반성하고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최근 피해자들의 의사를 타진한 후 방문해 직접 사과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사가 구형한 500만원 벌금형도 적정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실장은 선고 직후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법원 청사 밖에서 기자들은 만난 정 실장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권양숙 여사님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