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전공이라 몸 쓰는 건 좋아했는데 ‘폭군’ 전까진 저도 미처 몰랐죠. 첫 액션 연기로 칭찬받을 줄은요.”
디즈니+ 드라마 ‘폭군’(감독 박훈정)에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조윤수(26)의 소감이다. 웃을 때 초승달이 되는 갸름한 눈매가 ‘폭군’ 속 킬러 자경과 딴판이다.
지난 14일 4부작이 공개된 ‘폭군’은 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에서 종합시청순위 톱5를 지키고 있다.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 1‧2편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 장편영화로 기획했지만, 디즈니+와 계약하며 4부작 드라마로 바뀌었다.
한국 정보부가 극비리 개발한 생체무기 '폭군'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등 주변 강대국 갈등을 그린 ‘폭군’에서 조윤수가 주요 액션 대다수를 소화했다. 총칼 액션, 카체이싱, 맨몸 육탄전을 가리지 않는다. 박 감독이 그에게 “건장한 국가기관 요원들(김선호‧김강우)은 말로 다투고, 여려 보이는 자경이 몸으로 싸우는 게 재밌지 않겠냐”고 귀띔했다고 한다.
디즈니+ 한국 종합 1위 '폭군' #'마녀' 세계관 잇는 뉴페이스
말로 싸우는 김선호·김강우, 액션 전담한 그녀
청순한 외모에 냉혹한 살상력을 겸비한 ‘마녀’ 스타 김다미‧신시아의 계보를 잇는 신인 캐스팅이다.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조윤수는 “‘마녀’ 시리즈의 팬이어서 이 세계관의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게 잠이 안 올 만큼 설렜다”고 했다.
웹드라마 ‘치즈 필름’으로 데뷔 후,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발랄한 경찰공무원 취업준비생으로 보여줬던 해맑음과 비교하면 180도 이미지 변신이다.
자경은 어떤 금고도 3분 내에 따는 기술자. 청부업자인 아버지 채선생이 갑자기 살해된 뒤 마지막 폭군 샘플 탈취를 의뢰받은 그는 의도치 않게 한‧미 정보 요원들의 암투 한복판에 휘말린다. 쌍둥이 오빠의 자아까지 이중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조윤수가 동요하지 않는 서늘한 액션으로 소화했다.
해외팬 "레이디 존 윅" 환호 뒤엔 킥복싱·운전면허 노력
요즘 그의 인스타그램엔 “레이디 존 윅” “매 장면 연기에 입이 딱 벌어진다” 등 해외 팬의 영어 댓글이 잇따른다. 첫 액션을 찍던 날 차승원이 “내가 본 배우 중 주먹을 가장 잘 쓴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여기엔 뼈를 깎는 조윤수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2년 전 ‘폭군’ 오디션을 위해 킥복싱을 배웠고 카체이싱 장면을 위해 운전면허 학원까지 등록했다. 데뷔 직후 1년간 어떤 작품에도 캐스팅되지 못한 무명의 설움이 ‘폭군’이란 천금 같은 기회에 매달리게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기른 긴 머리도 숏커트로 잘랐고, 온몸에 타투 분장까지 했다.
“어떤 캐릭터를 입혀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것 같은 깨끗한 느낌이 있어 선택했다”는 박 감독의 말을 믿고 ‘내가 자경’이란 마음으로 집중했다.
그는 “인간 조윤수로서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이 돼보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는데 자경은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자여서 더 흥미로웠다”고 했다. 가장 어려웠던 액션은 살해 타깃에게 가차 없는 전직 요원 임상(차승원)과의 복도 난투극. 공간이 좁은 데다 둘 간의 체격 차(조윤수의 키는 1m 65㎝, 차승원은 1m 88㎝)가 워낙 컸다.
한몸에 소시오·사이코패스…이중인격 연기비결
이중 인격 연기톤은 박 감독과 리딩을 통해 잡아갔다. 자경이 감정 표현이 적은 소시오패스 성향이라면 자경 오빠는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게 연기 포인트였다.
“자경은 작은 움직임, 동공 흔들림까지 절제했어요. 자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서늘하다면 오빠는 당장 어떤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아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그는 “악인들의 전쟁 그 자체가 매력인 ‘폭군’의 입체적인 캐릭터 연기에 점차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마녀' 김다미, '폭군' 조윤수 붙으면 승자는
아직 ‘폭군’ 시즌2 제작은 확정된 게 없지만, 팬들 사이엔 역대 마녀 캐릭터와 자경이 싸울 경우 전투력을 비교하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조윤수는 “전작 마녀들이 고등학생이거나 실험체로서 막 세상에 나온 캐릭터라면 자경은 연령대도 높고 킬러의 거친 인생을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마녀들과) 맞붙는다면 자경은 새 능력에 눈뜬 상태이기 때문에 염력까지 겸비한 소녀(신시아)나 구자윤(김다미)에 비해 고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 영향받은 작품으론 OCN 오컬트 드라마 ‘손 더 게스트’, 영화 ‘아가씨’,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또! 오해영’ 등을 꼽았다. "작품을 볼 때 인물의 서사를 중시하는 편이에요. 아직 한참 경험이 부족해서 어떤 작품이 주어지든 설레고 기대될 것 같지만, 배우로서 서사가 풍부한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