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단협 규정 없어도, 노조 전임자에게도 야근수당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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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사업소 단속원들이 과적의심 차량을 단속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도로사업소 단속원들이 과적의심 차량을 단속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노동조합 전임자의 야간근로수당’에 대해 단체협약에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야근일에 노조 업무를 봤으면 야근 수당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0-2부(부장판사 김동현‧이상아‧송영환)는 지난 20일 국토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 3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수긍하고 항소기각했다.

원고 3명은 각각 국토교통부 소속 지방국토관리청장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로, 과적 차량 단속 등 업무를 하는 운행제한 단속원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51조 2항에 따라 합의된 탄력근로 형태로 근무했는데, 주간(09시~21시)‧야간(21시~익일 09시)‧비번 순으로 돌아가며 근무하고 ‘야간 근무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원고들은 공무직노동조합에서 위원장‧수석부위원장‧부위원장 등 선출직 임원을 지냈는데, 노조 전임자들은 근무 시간에 노조 업무를 하게 될 경우 통상적으로 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고 ‘공가’ 처리했다.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으면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노조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법 24조에 따라서였다. 그런데 이들이 노조 전임자로 근무한 2020년~2022년 3년간, 근무가 ‘야간’인 날 조합 업무를 한 경우 야간근로수당을 제외한 주간근무 임금만 지급받자 이를 달라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2022년 단체협약의 ‘규정한 조합활동에 대해서는 근무한 것으로 간주’ 등 규정과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 동의 있으면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노조 업무 종사할 수 있다’고 정한 노조법 24조를 근거를 들어 “단협으로 사전에 승인을 받고 근무 시간 중 노조 업무를 한 것이니, 실제 근로한 것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야간근로수당은 실제로 야간작업에 종사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수당이고, 단협에서 노조 전임자들의 야간수당 합의를 한 적도 없다”고 맞섰다.

법원 “‘야간근무’ 표시된 날 야간수당 안 줄 이유 없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원고 3명이 각각 960만원, 331만원, 277만원을 청구해 소액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야간근로수당을 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도 이를 그대로 수긍해 항소기각했다. 항소심 법원은 “법에서 ‘야간근로수당 지급 대상에서 노조 업무를 한 사람은 배제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수당을 안 줄 경우 유사 직급 근로자들에 비해 퇴직금‧국민연금 등에서도 손실이 예상되는데, 노조 유지‧종사로 임금에 손실이 없도록 정한 노조법 24조 취지에도 반하고 ‘정당한 조합 활동을 이유로 어떤 불이익한 처우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단체협약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내 예산지침 중 ‘현장에서 실제로 작업에 종사한 시간에 대하여 수당을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지만, “구속력 있는 법규는 아니고 상위법의 취지에도 반한다”며 수당을 주지 않을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야간근로수당이 꼭 별도로 단협으로 정해야만 지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간 판례는 노조 전임자에게도 일반 근로자와 유사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단체협약으로 정한 기본급‧수당 등을 동일하게 줘야 한단 것이다. 다만 ‘단체협약으로 정하지 않은 노조 전임자의 야근 수당’은 그간 흔히 사건화된 쟁점은 아니어서 명시적인 판례는 없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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