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풀어헤치고 서럽게 우는 여자, 책상 아래 웅크린 꼬마, 기괴하게 웃는 검은 얼굴, 침대 밑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 조상 묘에 함께 묻혀 있던 ‘겁나 험한 것’까지. 귀신은 일상 어디에나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취약할 때 알 수 없는 정체들이 무섭게 파고드는데요.
여름은 원래 공포의 계절이지만, 올여름은 유난히 귀신 이야기가 사랑받고 있습니다. 1000만 관객이 본 ‘파묘’부터 무당과 신내림에 대한 리얼 다큐 ‘샤먼:귀신전’(티빙), 점술가들의 연애를 다룬 ‘신들린 연애’(SBS)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유튜브에는 각종 샤머니즘 콘텐트가 홍수를 이루고요.
누구보다 ‘한국 귀신’에 빠삭한 곽재식(42) 작가에게 “왜 지금 귀신이고, 샤머니즘인지” 물었습니다. ‘괴물로 소설 쓰는 공학박사’인 곽 작가는『한국 괴물 백과』(워크룸프레스)를 펴냈을 정도로 오랫동안 한국 귀신 이야기를 채집했습니다. 그는 “귀신 이야기에도 ‘유행’이 있다”고 합니다. 당대 민중의 공포와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는 건데요.
귀신과 금기는 어떻게 탄생하고 생명력을 갖는지, 처녀 귀신은 왜 새로 부임한 사또를 찾는지, 200년 전 유행한 총각 귀신, 알고 보니 조선시대 실화였던 명작 귀신 소설, 인간은 왜 무서운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지금부터 귀신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진짜’ 귀신 이야기를 확인하세요.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1. 귀신 이야기, 누가 만들었나
-금기는 이렇게 탄생한다
-귀신에 극존칭 쓴 사연
-무당 맹신하다 죽은 조선의 왕비
📌2. 처녀 귀신은 왜 사또를 찾을까
-한국 귀신 vs 일본 귀신
-200년 전엔 총각 귀신이 유행했다?
-사또 찾는 처녀귀신.. ‘놀라운 실화’ 있었다
-귀신도 트렌드 있다.
📌3. 우리는 왜 무서운 이야기 좋아할까
-한국 괴물 백과 쓴 작가, 귀신 믿을까?
-무당과 귀신, 지금 인기인 이유
-귀신 이야기의 진짜 가치는 ‘이것’
✅1. 귀신 이야기, 누가 만들었을까?
- 우리는 왜 귀신을 믿는 걸까요?
인간의 본능 때문인데요. 우린 이성의 동물이라,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항상 그 이유와 원인을 찾는 습성이 있어요. 그런데 지식이 부족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겠죠. 그걸 풀기 위해 어떤 이유라도 필요한 겁니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인 ‘일식(日蝕)’을 예로 들어 볼게요. 옛날엔 일식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하늘이 왕에게 내리는 경고’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왕은 소복을 입고 “제발 저주를 물리쳐 주십시오” 하는 제사를 지냈어요. 이걸 ‘구식례’라고 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적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