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3회 변호사시험에서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평균 합격률은 53%. 법조인의 꿈을 품고 어렵게 로스쿨에 들어가도 변호사가 되는 사람이 이 중 절반이란 뜻이다. 합격자 수가 정해져 있는 상대평가라서다. 게다가 로스쿨 졸업생에겐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가 5년 안에 단 5번만 주어진다. 그 안에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로스쿨 졸업장을 손에 쥐고도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생전 실패라곤 겪어보지 못한 SKY 출신 엘리트들도 똑같이 겪는 일이다. 13회 시험에선 최종 194명이 탈락해 영영 응시 자격을 잃었다. 이렇게나 많았냐고? ‘오탈자(5번 탈락자)’로 불리는 최종 탈락자 중 많은 이는 탈락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것은 물론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탈자 굴레를 벗고 법학 전문 지식을 살려 새로운 직종에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일부는 “오탈 제도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맞서 싸우고 있다.
〈로변 오디세이〉 제11화는 변시에서 최종 탈락한 ‘오탈자(五脫者)’ 이야기다. 생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고 다시 세상을 향해 털어놓는 고백들이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이렇게 하면 망한다’ 경고의 팁(Tip)도 담았다. 이들의 입을 빌려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아니 실패가 두려운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목차
산티아고 순례길 지나… 법조물 드라마 작가로 변신
수능 상위 1.3%도 ‘변시의 늪’에 빠지면…
변시 5년 중 두 번의 임신… “로스쿨서 배운 대로 싸울 것”
대기업 나와 로스쿨行… “끝 보이지 않는 터널”
정시몬(가명·로스쿨 2기)씨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한 ‘고스펙자’였다. 처음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 홍보실로 들어가 크고 작은 성과를 내면서 우수사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뭐든 열심히 했던 그는 회사의 주인처럼 열심히 일했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적당히 일하는 게 미덕으로 통하는 사내 분위기에서 몰려오는 회의감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회사 선배가 말했다. “눈빛이 똘망똘망하네. 근데 5년만 지나 봐라. 동태 눈깔 된다.”
때마침 로스쿨을 나와 유엔사무국 정무국으로 향한 사람의 인터뷰를 접했다. ‘나만의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스쿨 준비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