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대북공작원 정규필 전 정보사 대령의 증언
」6화. 미완으로 끝난 14년 중국에서의 대북 임무
」2011년 7월 23일, 평양에서 특명을 받은 북측 인사 2명이 중국 베이징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정규필에게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보냈다. 양측은 베이징 웨스틴호텔에 객실 하나를 접선 장소로 잡고 극비리에 회동했다.
50대 남성은 ‘장군님(김정일)을 지근에서 모시는 참사 허정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를 수행한 40대 후반의 장영철은 ‘허정수 참사를 돕는 실장’이라고 했다.
그들을 안내한 ‘중간연락책 김 선생’은 베이징 북한대사관 당비서와 손을 흔들며 격의 없이 지내는 꽤 높은 지위에 있었다. 그런 김 선생이 허정수와 장영철 두 사람 앞에서 절절매며 담배조차 피우지 못할 정도였다. 허·장은 최고 권력의 측근 또는 심복으로 봐도 무방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처럼 최고위층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일을 하시는가? (정규필)
우리는 장군님(김정일)과 대장 동지(김정은)를 직접 모시고 있다. 모든 걸 직보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갖고 있다. 정 선생(정규필)도 한 다리 걸치면 바로 큰 어른(이명박 대통령)이 결심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가. 우리가 그런 위치에 있다. (북측 인사)
정규필은 웨스틴호텔에서 이틀에 걸쳐 북측 인사들을 만나 탐색전을 펼쳤다. 그들이 북한 정권의 뜻을 실제로 대리하는지, 불순한 의도를 가진 공작은 아닌지를 면밀히 검증했다. 저녁에는 싸이터호텔 중식당과 옥류관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번갈아 대접하며 그들의 속내를 탐지했다.
북한은 몇 개월 동안 정규필을 관찰했다고 한다. 비선 핫라인 구축 작업을 함께할 만한 능력과 배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어 허정수와 장영철을 중국에 밀파, 정규필의 배후에 당시 이명박(MB) 정부의 실세인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류우익 전 주중대사(2011년 5월 퇴임, 같은 해 9월 통일부 장관 취임)가 실존하는지 탐색했다. 정규필에게는 남북 교류의 물꼬, 나아가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