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제안에 닷새째 침묵하고 있다. 반격을 위한 '새 논리'의 정립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한·미 연합훈련인 UFS(을지 자유의 방패, 19~29일) 연습까지 지켜본 뒤 고강도 도발로 답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현재 통일 독트린과 관련해 북한은 매체 보도나 담화 등을 통한 입장은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이 2022년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을 때는 사흘 만에 김여정 노동장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 통일 독트린과 관련해 '말과 행동'을 함께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연초부터 ▶대한민국 주적 명기 ▶통일 관련 표현 삭제 ▶육상·해상 영토 재규정 등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지시했다. 북한이 관련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거나 전략적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말폭탄 투하'도 시간 문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 제안을 계기로 개헌을 현실화하고, 미국 대선까지 겨냥해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추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통일 독트린 제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비난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입장에선 통일 독트린의 내용인 외부정보 유입이나 인권 문제 제기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위협이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15 통일 독트린'은 자유 통일 대한민국 달성을 한반도의 미래 통일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자유·통일에 대한 열망을 자극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았다.
다만 당장은 김정은에게 지난달 말 평안북도·자강도 등 북부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복구가 발등의 불이다.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 격인 식량 수급을 비롯, 민심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수재민을 위한 대규모 텐트촌을 평안북도 의주군에 마련했는데 면적이 국제규격 축구장 3개 규모에 달해 우주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0일 보도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식별된 의주군 일대의 텐트촌은 4곳으로 총면적 1만7000㎡ 이상이며, 수해 발생 뒤 3주 가까이 천막이 남아있는 것으로 미뤄 복구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VOA는 분석했다.
북·중 교역은 석달째 감소
한편 중국이 불법 무기 거래를 축으로 밀착을 강화하는 북·러에 거리를 두면서 북·중 관계에 이상기류가 포착되는 가운데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액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발표된 중국 해관총서 '7월 무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교역액은 1억4475만 달러(약 193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인 6월의 1억7845만 달러(약 2382억원)보다 18.8%나 감소한 수치다. 북·중 교역은 지난 4월 1억9399만 달러(약 2589억원)를 기록한 뒤 5월(1억8134만 달러·약 2420억원)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유석 연구위원은 "북·중 간 교역량 변화는 최근 양국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이상기류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거래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