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건강을 위해 걷는다”라거나 “걷고 나면 잠이 잘 온다”는 등 목적이 있어 걷는다. 건강, 다이어트, 치유 등 보상 심리가 동력이 되는 경우다. 드물지만 걷는 게 본능인 사람도 있다. 애당초 드러눕거나 앉아 있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다. “좋아서 걷는” 단계를 넘어 아프리카 초원의 들개처럼 본능이 된 경우다.
해군 특수전전단(UDT)에서 33년 9개월을 복무하고 2016년 전역한 유병호(63)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부산 금정산(801m) 자락 아래 사는 그는 문득 저녁 먹고 길을 걷다 “달밤의 정취에 취해” 산으로 향하기도 하고, 다대포에서 해운대까지 56㎞를 저녁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까지 맨발로 걷기도 한다.
그에게 건강이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다. “그중 첫째는 몸의 건강”인데, 몸의 건강은 “단적으로 근육을 단련하는 일”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있어야만 몸이 건강하고, 그래야 정신 건강과 사회적 관계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정신이 몸을 움직이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정신을 지배합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된 훈련을 실전처럼 치르는 UDT 베테랑의 말이라 무게가 있다.
실제 그의 몸은 60대 중반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했다. 키 168cm에 몸무게 68kg의 작은 체구이지만, 허벅지 둘레 57㎝(22.4인치)로 운동선수 같은 하체를 자랑한다. 장딴지는 47㎝, 팔뚝 39㎝, 가슴둘레 110㎝로 웬만한 보디빌더 못지않다. 정신 건강은 UDT 시절, 숱한 훈련과 실전을 통해 다졌다. 복무 중 일어난 강릉잠수함침투사건(1996년)·제1연평해전(1999년)·재미니호인질구출작전(2011년 소말리아) 등에서 늘 최일선에 섰다. “불가능은 없다”는 UDT 신조 그대로다. 퇴역 후엔 10여 년간 훈련관을 한 경험을 살려 ‘건강 체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금정구 주민을 대상으로 재능 나눔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