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물건을 소량만 구입하거나 저가 제품 위주로 찾는 ‘요노’(You Only Need One)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2030 젊은 세대가 요노족(族)의 중심이다.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유통업계는 1000원짜리 과자·맥주까지 내놓으며 실속형 제품을 확대하는 중이다.
15일 NH농협은행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대 소비자들은 액세서리, 시계, 고가 커피 업종에서의 소비를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였다. 과시형 제품이나 장신구 소비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2030세대는 고가 커피(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할리스)를 마시는 씀씀이를 지난해 상반기보다 13% 줄이고, 대신 1000원대 저가 커피(메가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 소비를 12% 늘렸다. 다른 연령대는 고가 커피에 전년보다 5% 더 썼다.
요노 현상은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기존의 ‘욜로(You Only Live Once)’를 대체하고 있다. 욜로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면서 소비를 참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지출하는 트렌드였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고금리가 지속되자 소비자들은 소비를 자체를 크게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실속있게 구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마트·백화점 등 2700개 기업 판매액을 조사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2009년 1분기(4.5%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장바구니 속 딱 한 자리 노린다
유통 업계는 ‘똘똘한 한 개’만 담겠다는 요노족의 장바구니를 노리는 1000원짜리 초저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오리온은 포카칩·스윙칩·꼬북칩부터 신제품 뉴룽지까지 인기 스낵 7종을 1000원에 판매한다. 오리온이 1000원 균일가 스낵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대형마트에서 팔던 포카칩 66g(1500원)의 용량을 50g으로 줄이고 가격을 1000원으로 맞췄다. 오리온 관계자는 “용량을 줄이고 값은 그대로인 슈링크플레이션과는 다르다”라며 “고물가에 힘겨운 소비자들이 스낵을 가벼운 마음으로 집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인기를 끌었던 1000원짜리 맥주도 주류 성수기인 8~9월을 맞아 다시 나온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6일부터 스페인 맥주 버지미스터 500㎖를, 26일부터는 덴마크 맥주 프라가 프레시 500㎖ 한 캔을 1000원에 선보인다. 앞서 4월과 6월 1000원에 판매한 두 맥주는 출시 5일 만에 20만개와 25만개가 완판됐었다. 홈플러스는 이달 초 초저가 맥주 타이탄(500㎖·1000원)을 출시해 7만 캔을 3일만에 다 팔았고, 15일부터 2차 판매에 들어간다.
신선식품 분야는 ‘필수 식재료’ 중심으로 1000원 상품이 늘고 있다.SSG(쓱)닷컴은 깐마늘과 대파, 참타리버섯 등 필수 요리 재료 6종 채소를 1000원 균일가에 판매하는 ‘하루 채소’를 판매 중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두부 한 모(300g)를 1000원에 출시했다.
불황을 이기려는 요노족들의 실속 소비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 지난 6월 CNN은 “욜로 경제가 요노 경제를 만났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자유 소비 파티’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짚었다. CNN은 “소득이 높은 미국인도 월마트같은 할인매장으로 향하고 타겟은 망설이는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마트는 지난 5월 7000여개 품목의 가격을 낮췄고, 타겟도 하기스 물티슈 16팩 가격을 1.19달러에서 99센트로 낮추는 등 1500개 이상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