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제안 '北 자유 인권펀드'...민주주의 확산 '한국판 NED' 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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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9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3대 통일 비전 ▶3개 통일 추진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담은 '3-3-7' 구조의 통일 독트린을 제시했다. 추진방안까지 제시한 건 '북한의 협조 없이도 먼저 할 수 있는 일'에 방점을 찍은 결과물인데, 특히 미국 민주주의 기금(NED)을 표방하는 '북한 자유 인권펀드' 조성 등 구체적 내용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국제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선도하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가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3대 통일비전을 밝혔다. 이어 통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내와 북한,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이행할 3대 통일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인 7대 통일 추진 방안에는 남북 간 교류가 끊긴 현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망라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북한 자유 인권펀드' 조성이 눈길을 끈다. 7대 방안 중 북한 인권 관련 방안(북한 인권 개선 위한 다차원적 노력,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 등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 등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현실화할 경우 미 NED와 비슷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ED는 1983년 미 의회가 설립한 비영리 독립 단체이며, NGO의 대북 정보 유입을 통한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자유 인권펀드는 전 세계에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하는 다양한 비정부 단체와 기관을 후원하는 NED와 같은 역할을 표방하는 개념으로 보인다"며 "2016년에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북한인권재단' 설립 의무를 국회가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촉진하는 민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현실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 협의와 법제화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일단 정부가 관련 예산을 넉넉하게 확보해서 민간단체의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통일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인권 증진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비정부 단체와 기관을 대상으로 공모 절차를 거쳐 약 18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사업이 규모와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 교체와 관계 없이 펀드가 운용될 수 있는 연속성 확보가 또다른 과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자유 인권펀드를 만들어 북한 주민의 자유·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민간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며 "민간·정부가 공조하면서 펀드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종 민간단체가 미 국무부의 지원과 우리 정부의 관심을 받으면서 다양한 경로로 대북 콘텐트를 방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활동이 더 다채롭고 재미있게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제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제한반도포럼'을 창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통일 대한민국이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국제사회에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면서다. 〈중앙일보 5월 14일자 5면〉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한·미·일 3국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 지지'를 천명했다"며 "국제한반도포럼, 북한인권 국제회의 등을 통해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체화하고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상황이나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은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 북한 수해 이재민에 대한 구호물자 지원을 제안한 것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또다시 거부했지만, 인도적 지원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하는 것이 이번 7대 통일 추진 방안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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